
디지털 민주주의의 새 물결, 조합총회에 들어오다
“이제 조합총회도 손끝으로 참여하는 시대다.”
서울시가 도입한 전자투표·온라인총회 제도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도시 행정의 민주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사건이다. 오랜 세월 동안 조합총회는 ‘불참의 정치’로 불렸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절차의 복잡함, 그리고 불투명한 운영 구조는 많은 조합원들을 소외시켰다.
그러나 전자총회의 등장으로 ‘참여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휴대전화로 안건을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조합총회는 더 이상 일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이 ‘대표성의 왜곡’을 줄이고 ‘참여의 확장’을 실현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서울시가 전자총회 도입 조합에 최대 1천만 원을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정은 단순히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 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를 시작한 셈이다.
참여율의 벽’을 허무는 기술, 전자총회의 가능성
조합총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낮은 참석률이었다. 평균적으로 30% 안팎에 머무는 참여율은, 결국 ‘결정의 정당성’을 위협했다. 하지만 전자총회가 도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서울시가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 전자투표 참여율은 기존 오프라인 총회보다 평균 22%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참여율의 증가는 곧 민주적 정당성의 회복이며, 조합 내부의 갈등 감소로 이어진다.
전자총회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공간 없는 총회’다. 모바일 앱을 통한 실시간 참여, 익명성 기반의 공정한 투표 절차, 투명한 결과 공개 등은 과거의 ‘그림자 총회’ 문화를 점차 대체하고 있다. 이제 조합원들은 ‘회의 참석’ 대신 ‘의사결정 참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 변화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조합민주주의(democracy of association)를 다시 설계하는 시발점이라 할 만하다.
신뢰와 투명성의 회복, 서울시의 실험이 남긴 의미
서울시가 추진하는 전자총회 지원정책은, 사실상 정비사업 신뢰 회복 프로젝트다. 조합 비리나 불투명한 회계 문제는 오랫동안 시민 불신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전자총회는 회의 과정과 투표 결과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이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증거가 남는 행정”, 즉 투명한 시스템 기반의 민주적 거버넌스로 이어진다. 서울시는 이미 상·하반기 공모를 통해 18개 조합을 선정해 보조금을 지원했고, 참여 조합들의 만족도는 90%를 웃돈다. 특히 조합원 간 분쟁이 줄고, 회계 공개가 쉬워졌다는 점에서 ‘전자총회 도입 후 갈등 비용 감소’라는 실질적 성과가 나타났다.
서울시 주택실 관계자는 “전자총회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조합의 신뢰를 되찾는 장치”라고 말했다. 이는 곧, 디지털 기술이 행정의 신뢰를 복원하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기술 그 너머의 과제, 조합 문화의 진정한 변화
그러나 모든 변화가 기술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전자총회가 아무리 편리해도, 그 시스템을 운영하고 이해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다. 조합원 간 소통 구조, 정보 격차, 세대 간 디지털 접근성의 차이는 여전히 현실적인 과제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총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같은 지원을 검토 중이다. 기술 도입이 목적이 아니라, 참여 문화의 성숙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전자총회는 단순히 화면 위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참여하지 못한 시민’을 다시 의사결정의 주체로 복귀시키는 일이며, ‘조합의 폐쇄성’을 ‘공유의 민주성’으로 바꾸는 전환의 과정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기술을 도입한 도시에서, 문화를 변화시키는 도시로. 서울시의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전자총회는 조합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이자, 민주적 신뢰를 회복하는 열쇠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통해 ‘참여의 서울, 투명한 정비사업’이라는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진정한 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된다. 서울시의 전자총회가 바꿀 조합 문화의 미래는, 결국 참여하는 시민의 손끝에서 완성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