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은 동아시아 문화에서 생명과 대지, 중심과 균형을 상징하는 가장 근원적인 색이다. 황토고원과 황하에서 비롯된 이 색은 곡식이 자라고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을 이룬 ‘대지의 기운’을 그대로 품고 있다. 《역경》의 “하늘은 현(玄), 땅은 황(黃)”이라는 말처럼, 황색은 세계가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 생명이 떠오르는 중심의 색이었다.

오행에서 황색은 토(土)에 속하며 사방의 기운을 조절하는 ‘중앙색’으로 자리 잡았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가 모두 이 중앙에서 정리되듯, 황색은 계절과 생명을 잇는 매개이자 균형의 축이었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일상에서도 황색은 가장 흔한 배경이었다. 누룩의 황색, 황토의 흙빛, 보리와 벼의 황금빛, 된장·청국장의 황갈색까지-황색은 땅에서 솟고 익고 다시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을 보여준다.
황색은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지만, 그 근원은 ‘우주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색’이라는 인식에 더 가깝다. 황제가 황색을 사용한 것은 정치적 과시가 아니라 중심성과 조화의 기운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문학 속에서 황색은 풍요와 생명력뿐 아니라 추억·그리움·귀향의 감정을 품고 등장한다. 봄의 유채꽃, 여름의 보리밭, 가을의 황엽, 겨울의 황운은 모두 황색이 계절과 기억을 잇는 색임을 보여준다.
고대 의학에서 황색은 ‘지(智)’와 안정, 중심성을 상징했다. 황색이 흔들리면 마음이 흔들리고, 황색이 바로 서면 삶의 균형이 잡힌다고 여겼다. 발효에서도 황색은 핵심이다. 누룩의 황색은 발효의 시작, 장의 황갈색은 시간의 농도, 곡식의 황색은 저장된 생명의 상징이었다.
황색은 결국 땅의 숨결이자 생명의 중심이며, 시간이 빚어낸 색이다. 우리의 삶이 다시 중심을 찾고자 할 때, 황색은 조용하지만 강한 균형의 힘을 선물한다.
2025 경주 APEC에 참가한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한 빵도 황색의 황남빵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