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하루가 빠르게 흘러갈수록 마음이 어디에서 흔들리고 어디에서 잠시 멈추는지 알지 못한 채 지나갈 때가 있다. 차갑게 느껴지는 말 한 줄에도 마음이 움츠러들고, 반대로 따뜻한 눈빛 하나가 괜스레 위로가 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삶의 속도를 천천히 늦추고 마음의 결을 조용히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그런 시간 속에서 독자와 함께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칼럼이다. 35년 동안 경찰 현장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인권과 조직문화를 지켜온 시선으로, 일상에서 쉽게 놓치고 지나가는 감정의 온도를 시(詩)를 통해 다시 비춰보고자 한다. 시가 전해오는 작은 떨림이 하루의 방향을 부드럽게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이 글을 시작한다.

겨울
손이 시려요
발이 시려요
마음도 시려요
당신이 곁에 없으면
늘 겨울입니다
당신이 있으면
늘 봄인 나에게는
겨울이 맞습니다.
_남궁정원
‘겨울’이라는 말은 공기 속에 차가운 결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시가 말하는 겨울은 단순한 계절의 추위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먼저 찾아오는 정서의 겨울에 가깝다. 손끝의 추위는 장갑으로 막을 수 있지만, 마음의 추위는 느리게 스며들어 오래 잔향처럼 남는다. 누구에게나 일상이 갑자기 얼어붙는 듯한 순간이 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잠시 머물지 못할 때, 그 결핍이 만들어내는 겨울은 특히 더 깊다.
그럼에도 시는 겨울 속에서 온기를 발견한다. “당신이 있으면 늘 봄”이라는 구절은 누군가의 존재가 마음의 계절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일러준다. 말 한마디, 짧은 시선, 잠시 머물러주는 시간이 온도를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다. 관계가 만들어내는 온기는 기온보다 더 강력하며, 때로는 단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마음속 겨울은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결국 마음의 계절은 기후가 아니라 사람이 결정하는 셈이다.
마지막 행인 “겨울이 맞습니다”는 체념이 아니라 조용한 수용의 문장처럼 다가온다. 겨울은 지나고 싶은 시기이지만 동시에 다음 계절을 위해 멈추어 숨을 고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고요해 보이나 그 안에서는 봄을 위한 준비가 묵묵히 진행되고 있다.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멈춘 것이 아니고, 관계의 거리가 생겼다고 해서 끝난 것도 아니다. 겨울은 지나가는 시간이자 새로운 따뜻함이 찾아오기 전의 여백 같은 계절이다.
따라서 마음이 시리게 느껴지는 날이 찾아왔다면, 그것은 다시 따뜻해질 준비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또 다른 봄이 될 수도 있다. 시가 조용히 보내오는 이 작은 시그널이 오늘의 마음에 잔잔한 온기를 남기기를 바란다.
시인 프로필

이 시를 쓴 남궁정원 시인은 파티조아 대표로 활동하며 국제평생교육연구협회, 대한민국실용능력개발협회, 한국감성캘리그라피협회 부회장으로서 다양한 감성 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벤트 기획과 풍선장식, 기업강의, 파티플래닝,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토탈공예 등 감성의 언어를 삶에서 실천하는 창작자로 개인전 4회, 단체전 다수를 선보였다.
저서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페이스페인팅’(2005, 공저), ‘사랑으로 꾸는 꿈’(2021, 동인시집), ‘그대를 닮은 봄’(2022, 개인시집), ‘꿈꾸는 사이다’(2023, 동인시집), ‘감성을 마시는 시간 16시’(2024, 동인시집), ‘참좋다’(2025, 개인시집)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