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외국인에게는 ‘바겐세일’로 보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화 약세가 달러와 위안화의 구매력을 끌어올리면서, 서울 부동산이 외국인 투자자에겐 ‘세일 중인 자산’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2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6.5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과 5개월 만에 8.65%가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약 6% 올랐으나,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오히려 2~3% 낮아진 셈이다.

특히 중국인 투자자의 구매력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원·위안 환율은 189.67원에서 207.77원으로 9.54% 상승하며, 원화가 위안화 대비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위안화로 환산한 한국 부동산 가격은 하락한 셈이며, 외국인 중에서도 중국인의 매수 여력은 한층 확대됐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보유주택 중 약 56%가 중국인 소유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인 조상권 박사는 “환율 급등은 단순히 무역 문제를 넘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한국의 부동산은 달러 기준으로 ‘가격 조정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여, 해외 자본에게는 매력적인 매수 타이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율효과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내국인 입장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건설업계가 환율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신규 분양가 역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철근, 시멘트, 알루미늄 등 주요 자재의 수입 단가가 상승하면서 공사비 인상률이 전년 대비 10%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노승철 교수(수원대 부동산학전공)은 “환율 상승은 외국인에게는 투자 기회로, 국내 실수요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양면성을 가진다”며 “특히 서울 주요 지역은 외국인 수요 유입이 늘면 추가적인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이중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할인된 서울’, 하지만 내국인에게는 여전히 ‘고가의 서울’이다. 부동산 시장의 이 같은 괴리는 환율 흐름과 외국인 자금 유입이 시장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지금, “국내에겐 비싸지만 외국인에겐 싸게 보이는 역설적 국면”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순한 외환지표를 넘어, 부동산 시장의 수요 구조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