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불협화음을 꿰뚫는 언어의 메스

심층 비평 및 문학적 계보 탐색

시인 이종근의 세계

 

1. 서론: 일상에서 시작된 불협화음, 시로 발화하다

 

이종근 시인이 이번 저잣거리에 내놓은 일곱 편의 시는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자, 때로는 뜨거운 절규, 때로는 깊은 성찰의 언어다. 시인은 일상에서 포착한 작은 불쾌감에서부터 거대한 사회적 부조리, 역사적 아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이를 독창적인 시적 언어로 형상화한다. 요즘 회자하는 화제, '얘깃거리 순'이라는 관점으로 시인의 시작을 재구성해 보면, 마치 한 편의 치열한 드라마처럼 개인의 불만이 사회 비판으로 확장되고, 궁극적으로는 혼돈 속에서 인간적 가치를 탐색하는 궤적을 발견한다.

 

이번 시평은 일곱 편의 시를 '얘깃거리 순'으로 재배열하여 개별 시의 나름대로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인의 시 세계가 한국 현대문학사에 이바지하는 시대적 가치와 문학사적 의의를 조명하며, 나아가 시인의 문학적 계보와 영향 관계를 탐색한다.

 

 

2. 본론: 불통의 시대를 관통하는 일곱 개의 목소리

 

시인의 시 세계는 마치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원형의 파문처럼 전개된다. 그 시작은 개인의 일상에서 발현하는 작은 불편함 그 속에 숨겨진 사회적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2.1. 일상 속 불편함, 사회 비판의 서막 –「껌사라네요

 

 

껌사라네요

이종근

 

티브이에 나오는 껌 광고 중에

밤 아홉 시 하기 전에 수시로 나오는 껌이 있어요

그 시각을 나는 피하지요

종일 질근질근 씹으며 배불뚝이 같은 풍선을 빵빵하게 불기도 하고

단물 다 빠지면 침 내뱉듯

쓰레기통에 전통의 데자뷔인 양 달싹 달라붙는 껌이 있어요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 중에

밤 아홉 시 하면 나오는 배불뚝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어요

그 시각을 나는 외면하지요

종일 쓸데없는 말만 퍼뜨리며 불한당인 양 우격다짐으로 우쭐대듯 나대는

자원순환센터에도 거치지 않을 폐기물인 양

껌사라는 앵벌이가 아주 싫어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껌사라네요

당신도 삐끼인 양 들이대듯 나대는 검사를 조심하세요

 

 

시집의 첫 포문을 여는 시인의 시,껌사라네요는 시인의 비판 의식이 일상적 경험에서 어떻게 촉발되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예시이다. 시인은 TV 광고라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요소를 끌어들여, 반복되는 메시지의 피로감을 직조한다. "밤 아홉 시하기 전에 수시로 나오는 껌이 있어요"라는 구절은 끊임없이 주입되는 상업적 메시지에 대한 현대인의 피로감을 시적으로 포착한다. 여기서 "껌사라네요""검사라네요"라는 재치 있는 언어유희는 단순한 광고 비판을 넘어, 권력을 남용하고 강압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특정 직업군(특히 검찰이나 권력층)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전이된다. "배불뚝이 같은 풍선을 빵빵하게 불기도 하고"라는 껌 씹는 행위 묘사는 겉으로는 허세만 가득한 권력자들의 허위의식을 풍자하며, "자원순환센터에도 거치지 않을 폐기물인 양 / 껌사라는 앵벌이가 아주 싫어요"라는 직설적인 표현은 그러한 존재들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과 그들에 대한 시인의 경멸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 시는 개인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불쾌감이 사실은 사회 구조적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며, 시인의 비판 의식의 출발점이자 예열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2.2. 정치 불통의 늪, 절규하는 국회 –「거부의 산을 넘어 거부의 강을 건너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거부의 산을 넘어 거부의 강을 건너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이종근

 

거부에 거부가 남발로 넘치는 강 아닌

강 건너

꿈틀거리는 산 아닌 산,

고깟 몽니에 몽니가 주눅 들면 곤란치 않은가

 

샛강과 강나루를 지나는 전철을 꾹, 짓누르거나

, 짓밟지는 말라

진실을 향한 진격, 부끄럼에 사무친 창공 가운데

진의를 힘껏 나부껴라

 

때론 외론 섬이라기에 북남마다 다리를 놓아 소통을 이었고

쪽수가 딸려 모자라기에 교섭단체의 책 부록을 엮어 갖다 붙였다

 

-거부의 산을 넘어 거부의 강을 건너라-

 

섬의 직분이 미처 못 한 것이 있다면, 섬의

함량이 거듭 격정으로 속히 물결쳐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반격,

 


개인의 불만이 감지한 사회적 맹점은 이제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라는 거시적 공간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시인의 시,거부의 산을 넘어 거부의 강을 건너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부제가 암시하듯, 2025년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대립과 '거부권' 행사 남발로 상징되는 불통의 상황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거부에 거부가 남발로 넘치는 강 아닌 / 강 건너 / 꿈틀거리는 산 아닌 산"이라는 표현은 협치와 소통이 사라진 정치 현실의 기괴함을 시각적으로 그려낸다. "고깟 몽니에 몽니가 주눅 들면 곤란치 않은가"는 사소한 고집으로 인해 중요한 국정 운영이 마비되는 상황에 대한 시인의 깊은 답답함을 표출하며, 정치인들에게 자기 성찰과 본연의 책무를 촉구한다. "진실을 향한 진격, 부끄럼에 사무친 창공 가운데 / 진의를 힘껏 나부껴라"라는 구절은 정치의 본질이 명분 싸움이 아닌,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국민을 위한 봉사여야 함을 강조하며, 무기력한 정치 현실에 대한 시인의 답답함과 함께, 침묵을 넘어선 적극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단호한 목소리를 담는다.

 

2.3. 절차적 기만과 은폐된 진실 –「공청회가 없는 공청회가 있다르포의 향방

정치 불통의 문제를 넘어 시인의 시선은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진실의 왜곡이라는 더 깊은 그림자를 드러낸다.

 

 

공청회가 없는 공청회가 있다

이종근

 

큰 바다가 몇 안 될 바다 가운데 물고기가 뛰어놀 법한 무논 같은 바다가 있다, 제일 너른 태평양 푸르고 맑은 바다 한테는 소상히 물어는 봤나?

아가미 갓 자란 헤엄으로 꾸물대는 치어도 아닌 가미카제 부대의 검은 방생을 진주만 폭격처럼 콸콸 쏟아붓는다고

 

허파를 움직여 소금을 꿈꾼다는 오호츠크해에 사는 귀신고래 한테는 자세히 물어는 봤나?

이기적 문명을 피해 발달을 퇴화로 선택했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굵고 큼직한 두 발을 다시 내고 러시아 체게트를 건너뛰어 우크라이나 체르노빌로 피신하라고

 

원산과 부산 어항에 어린 달빛을 얌전히 들이켜는 통통배 한테는 세세히 물어는 봤나?

조만간 출항해서 부표로 띄어놓은 쇠줄로 된 그물을 걷어 올릴 강인함이 두둑하냐고

 

섬 가까이 필리핀해로 그어놓은 북회귀선 과 등대마다 불 밝히는 베링해의 날짜변경선

참 괜찮다는가

 

통통배 위에 장착한 배꼽을 떼어 내듯

더는 시트콤 따위에 웃지 않기로 했다

 

덧붙여,

정작 팔당호 한테는 상세히 물어는 봤나? 윗길과 아랫길 몇몇 가운데, 어디가 괜찮을지

입 꽉 다문 말이 봉인 결재되어 남한강에서 남한강으로 줄줄이 새어 나온다, 어디가 옳을지

 

 

시인의 시,공청회가 없는 공청회가 있다라는 제목 자체로 강력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으며, '공청회'라는 민주적 절차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대중의 의견이 완전히 배제된 채 일방적 결정이 이뤄지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시인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예로 들며, '태평양 푸르고 맑은 바다 ', '오호츠크해에 사는 귀신고래 ', '통통배 ', 심지어 '북회귀선 과 날짜변경선 ' 등 모든 대상에 존칭을 부여하며 의인화하고 질문을 던진다. 이들을 통해 "물어는 봤나?"라고 반복적으로 던지는 수사적 질문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소통 부재의 비극성과 권력의 독선적 태도를 통렬히 비판한다. "가미카제 부대의 검은 방생을 진주만 폭격처럼 콸콸 쏟아붓는다"와 같은 강렬한 비유는 무책임한 결정이 초래할 파괴적인 결과를 시각적으로 압도하며 경고한다.

 

 

르포의 향방

이종근

 

섬 속 황궁의 존립 근거는 책임 프로듀서였다

그가 혼자서 최종으로 결정했고

그가 프로듀서를 몇몇 또 다른 그를 내세워 정치를 이끌었다

심청전을 베낄 건지 수궁가가 내키는지

작가의 펜은 동공의 복선이 흔들리듯 움직였고, 행정은 알뜰살뜰했지만 실은 조마조마했다

타이틀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결정이었다

아이에이이에이 기술을 획기적으로 역이용하는 게 홍보였고 드러내놓고 진실을 가리는 게 분장이었다

음향은 바닷속, 물고기의 아우성쳤지만

카메라는 수산물 시장을 찾아 회를 먹으며 다독였다

자막그래픽디자인은 푸른 돛이 맑게 휘날리는 배였지만,

실은 붉은 닻이 검게 내려진 배의 침몰이었다

이마저도 풍어로 웃음 넘치듯 흥겨운 주제가만 오작동으로 틀어뒀다

상투적이고 작위적 연출의 장면은 바닷속, 물고기의 종말을 알렸고

바다 밖, 흉흉해진 르포는 고약한 고통으로 끝을 맺었다

 

 

이어서 시인의 시,르포의 향방'공청회 없는 공청회'를 통해 내려진 결정들이 대중에게 어떻게 포장되고 전달되는지를 파헤친다. 급기야 시인은 영화 및 미디어 제작 용어들을 활용하여 시 전체를 구성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선보인다. '책임 프로듀서', '타이틀', '홍보', '분장', '음향', '카메라' 등은 중요한 사회적 결정 과정마저 마치 정교하게 연출된 드라마처럼 대중을 기만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이루어짐을 폭로한다. "바닷속, 물고기의 아우성쳤지만 / 카메라는 수산물 시장을 찾아 회를 먹으며 다독였다"라는 구절은 불편한 진실을 덮기 위한 미디어의 조작과 왜곡된 현실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푸른 돛이 맑게 휘날리는 배''붉은 닻이 검게 내려진 배의 침몰'의 대비는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홍보 뒤에 숨겨진 파멸을 암시하며, 권력의 기만적인 연출을 폭로하는 시인의 지성적인 비판이 돋보인다.

 

2.4. 총체적 리더십의 실패와 역사적 성찰 –「실격 2-이건 아니다 싶어,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오므라이스와 실격

개별 사안과 미디어 조작을 넘어 시인의 시선은 권력의 총체적인 실패와 역사적 정체성 문제로 확장된다.

 

 

실격 2

-이건 아니다 싶어,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이종근

 

제 나라 국민이 호우로 50여 명 넘게 실종되거나 죽어 간다는데

같은 날, 남의 나라 전쟁터 찾아가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말 같지 않은 말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인가

 

제 나라의 행정 안전 소방 방재 책임자는 탄핵소추로 공석인데

같은 날, 세계 국방과 무기 챙긴답시고 훈장이나 받겠다는 저 외유와 저 오지랖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추후인가

 

제 나라에서 수산으로 먹고사는 국민은 내팽개쳐 둔 채

같은 날, 왜국 총리 만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손뼉 치듯 반기는 회담을 티브이로 방영하는 매국

이게 말이 되는가, 어불성설 아닌가

 

장모님 집을 종점으로 고속도로 놔드리고

마나님 명품 쇼핑에 국세를 흥청망청하는 아주 못되고 나쁜 짓

이건 아니다 싶어,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팻말에 붉은 글씨로 실격이라 적는다

 

 

시인의 시,실격 2"이건 아니다 싶어,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채 국제적 이미지나 개인적 이익에 몰두하는 지도층의 무능함과 도덕적 해이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시인은 "제 나라 국민이 호우로 50여 명 넘게 실종되거나 죽어 간다는데 / 같은 날, 남의 나라 전쟁터 찾아가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말 같지 않은 말"이라는 구절에서, 지도층의 엇나간 우선순위와 직무유기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매국', '못되고 나쁜 짓'과 같은 강도 높은 어휘와 함께 '장모님 집 고속도로', '마나님 명품 쇼핑'과 같은 구체적 비리 의혹을 언급함으로써, 지도층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분노를 가감 없이 표출하며 이들의 총체적 '실격'을 선언한다.

 

 

오므라이스와 실격

이종근

 

종로 책방이 무릇 봄으로 내달리는 나른한 봄

파고다 공원 밖, 한적한 벤치 근방엔

여전히 바람만 퀭하니 불어 시샘으로 나뒹굴 적에

늙은 길냥이 몇몇이 담배 태우며 침 삼켰다가

얼른 얼굴 붉히듯 굴욕을 내뱉는다

 

무슨 대소사를 격론으로 나누는 걸까

귀 기울이면 오가는 낌새가 심상찮은 꽁초 타는 소리다

사쿠라 피는 날, 오므라이스 즐기고 왔다는

고 녀석 숭일의 적요를 일일이 끄집어내어 나무라듯 할퀸다

 

꽃 피는 봄날, 먹는 것까지 어찌 간섭하겠느냐마는

종로 곳곳마다 늙은 길냥이 몇몇이 삼삼오오 모여

도사견의 그릇된 조공에 징징대는 해코지 봄인데

도사견에 매긴 검열이 실격으로 치달은 듯

참 못마땅하고 참 언짢다

 

고 녀석의 나라는 사쿠라였고

고 녀석의 입맛은 오므라이스였다고

 

우금티에 선 동학혁명군이 목 놓아 부른

죽창의 투혼을 아, 뜨겁게 되뇌며

젊은 나는 헤어질 결심을 한다

 

 

뒤이어 시인의 시,오므라이스와 실격'파고다 공원'이라는 역사적 상징 공간을 배경으로, 민족적 자존심을 훼손하는 특정 인물('고 녀석')의 친일적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사쿠라', '오므라이스'는 일본과 관련한 문화적, 정치적 행태를 상징하며, '고 녀석'"숭일의 적요"를 꾸짖는 '늙은 길냥이들'은 무력하지만, 양심 있는 민초들의 굴욕감과 비판 의식을 대변한다. "도사견의 그릇된 조공에 징징대는 해코지 봄"이라는 표현은 불의한 외세에 대한 굴종적인 태도와 그로 인한 국민적 피해를 지적하며, '실격'이라는 단어로 그러한 행태에 대한 단죄를 내린다. 특히 "우금티에 선 동학혁명군이 목 놓아 부른 / 죽창의 투혼을 아, 뜨겁게 되뇌며 / 젊은 나는 헤어질 결심을 한다"는 구절은 현재의 굴욕적 현실에 대한 시인의 깊은 역사 인식과 함께, 민족의 아픔을 외면하는 자들에 대한 깊은 실망을 넘어선 결연한 저항 의지를 선포한다.

 

2.5. 혼돈 속 개인의 각성, 그리고 희망 –「홑따옴표와 겹따옴표의 말들

이처럼 혼란스럽고 절망적인 현실 인식을 거쳐, 시인의 시는 다시 '개인'의 내면으로 회귀하며 희망의 싹을 틔운다.

 

 

홑따옴표와 겹따옴표의 말들

이종근

 

몇 년째 벚꽃축제를 가보지 못하여 올해만큼은 가까운 여의도 윤중로라도 걸을까 했는데…….

결국, 사쿠라 피는 날

집 밖에서 오므라이스 처먹고 들어오는 바람에 미뤄둔 집안일을 죄다 내팽개치곤 묵묵히 지냅니다

 

제법 기분이 나빠 벚꽃축제는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홑따옴표가 말했습니다

 

틈틈이 들뜬 기분이었는데 확연히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이 와중에 반갑게 다가온 사뭇 다른 고마움

십자가의 수고로움을 즐거이 감당한다는 이름들과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는 진솔한 말씀과

품성 참 너그러운 묵주를 따릅니다

 

제법 기분이 나빠 벚꽃축제는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겹따옴표가 말했습니다

 

 

시인의 시,홑따옴표와 겹따옴표의 말들'벚꽃 축제'라는 개인적 즐거움마저 "사쿠라 피는 날 집 밖에서 오므라이스 처먹고 들어오는 바람에" 상실될 때, 개인은 어떻게 반응하고 각성하는지를 보여준다. '제법 기분이 나빠 벚꽃축제는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동일한 문장을 '홑따옴표''겹따옴표' 안에 배치함으로써, 시인은 개인의 내면적 불만과 고민이 사회적 메시지로 확장되는 섬세한 과정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 '홑따옴표'는 아직 개인의 영역에 머무는 생각과 감정이라면, '겹따옴표'는 외부로 발화되는, 공적인 선언이자 신념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시인은 단순히 불만이나 거부에 머무르지 않고, "이 와중에 반갑게 다가온 사뭇 다른 고마움"을 발견한다. "십자가의 수고로움을 즐거이 감당한다는 이름들",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는 진솔한 말씀", "품성 참 너그러운 묵주" 등은 혼탁한 현실 속에서도 변치 않는 고결한 윤리적, 영적인 가치를 탐색하려는 시인의 깊은 내면을 보여준다. 이는 시인의 비판이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희구,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피려는 노력을 내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다.

 

 

3. 결론: 시대의 불협화음을 꿰뚫는 언어의 메스

이종근 시인의 시 세계의 시대적 가치와 문학사적 의의

 

이종근 시인의 시들은 단순한 문학적 산물을 넘어,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풍경과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생생한 기록이자,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판단된다.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와 의의는 아래와 같다.

 

3.1. 시대적 가치 (Epochal Value); 현실을 해부하는 시대의 메스 시인의 시는 2020년대 중반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정서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대변하는 '시대의 거울'이자 '시대의 메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시인의 시는 단순한 현상 나열이 아닌, 그 근원적 모순을 파헤치려는 지성적 시도를 통해 다음의 시대적 가치를 획득한다.

 

-복합적 위기 시대의 대변자; 시인의 시는 불통의 정치, 정보 왜곡과 미디어 조작, 리더십의 윤리적 부재, 역사적 망각, 그리고 환경 재앙에 대한 무감각 등 2020년대 중반 한국 사회가 겪는 첨예하고 복합적인 위기들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특히, 시의 소재가 되는 '거부권', '후쿠시마 오염수', '정치 비리 의혹', '친일 행태' 등은 2025년 한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들이며, 시인의 시는 이러한 시대적 아픔과 갈등의 한가운데서 솔직하고 용기 있는 발언을 쏟아낸다.

 

-시민 의식의 고양과 비판적 사고의 촉진; 시인의 시, '껌사라네요'와 같이 일상적인 불편함에서 출발하여 '실격'한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민이 현실에 대한 무관심이나 냉소를 넘어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고 주체적인 시민 의식을 함양하도록 이끈다. 시민들은 시인의 언어를 통해 자신의 주변을 다시 성찰하고, 침묵하지 않는 용기를 얻게 된다. 이는 시인이 수많은 시민에게 던지는 단순한 비판이 아닌, 시대에 대한 동참과 각성의 요구이다.

 

-소외된 목소리의 대변과 생태적 감수성; '물고기의 아우성', '늙은 길냥이', '귀신고래' 등으로 상징되는 자연과 사회적 약자, 그리고 잊힌 역사의 목소리를 시인의 시는 단호하고 비감하게 대변한다. 이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선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적 연대 의식을 일깨우며,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시대가 요청하는 중요한 윤리적 화두를 제시한다. 시인의 시는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소외된 존재들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환기한다.

 

-희망을 향한 끈질긴 성찰과 대안 제시; 시인의 시는 절망적인 현실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홑따옴표와 겹따옴표의 말들'처럼 개인의 내면에서 진정한 가치를 탐색하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끈질긴 정신을 지지하며, 단순한 비판을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적 삶의 자세를 모색하게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용기를 선사하는 정신적 길잡이 역할을 한다.

 

3.2. 문학사적 의의 (Literary Historical Significance); 참여시의 지평을 확장한 새로운 시적 양식

이종근 시인의 시는 한국 현대 사회 참여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지대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기존 참여시의 특징인 강렬한 사회 비판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독자적 특징들을 통해 그 영역을 혁신적으로 확장한다.

 

-진화된 참여시의 미학; 1970~80년대 참여시가 주로 분단, 민주화, 노동 문제 등 거대 담론을 다루었다면, 시인의 시는 2025년 한국 사회가 겪는 '포스트-모던'적 혼란과 복잡한 문제들(정보 왜곡, 정치적 양극화, 환경 위기, 윤리적 리더십 부재, 역사 인식의 공백 등)로 비판의 영역을 확장한다. 이는 참여시의 주제를 현대화하고 세분화하는 데 이바지하며, 과거 참여시가 가졌던 저항의 목소리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함을 증명한다.

 

-창의적인 시적 형식과 수사학적 깊이; 시인의 시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과 언어 운용에서도 뛰어난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얘깃거리 순'으로 시인의 시를 재구성했을 때, 드러나는 서사적 구조는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서사적 흐름을 창조하여, 단편적 서정시의 한계를 넘어선 총체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독창적인 시적 양식을 제시한다.

 

-다중적인 메타포와 은유의 전복; '껌사라네요'의 언어유희, '거부의 산''거부의 강'의 비장한 대치, '공청회 없는 공청회'의 역설적 제목, '르포'의 영화적 기법을 통한 현실 조작 비판, '오므라이스'의 문화적/정치적 상징 전복, 그리고 '홑따옴표와 겹따옴표'의 문법적/심리적 메타포 등은 시적 언어의 다층적인 해석 가능성을 열어주며, 현대 사회의 복잡한 층위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이는 전통적인 상징이나 은유를 사용하는 방식을 넘어, 시인이 직접 메타포를 발명하고 전복하여 현실을 비트는 능력을 보여준다.

 

-날카로운 직설과 감각적 비유의 조화; 비판 대상을 향한 단호한 직설적 어조("말 같지 않은 말", "매국", "못되고 나쁜 짓")는 메시지의 명확성을 확보하면서도, "물고기의 아우성", "도사견의 그릇된 조공", "죽창의 투혼"과 같은 감각적이고 압도적인 비유들은 독자의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자극하며 문학적 깊이를 더한다. 시인의 시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넘어선 예술적 완결성을 추구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시적 응답; '르포', 'TV 광고' 등 현대 미디어 환경의 핵심 요소를 시의 소재와 구성 원리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것은, 급변하는 정보 사회에서 시가 어떻게 현실에 반응하고 의미를 생산해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문학적 실험이자 응답이다. 시인의 시는 미디어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현실을 구성하고 왜곡하는 권력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시적으로 고발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적 증언; 시인의 시는 2025년이라는 특정 시공간의 현실과 그 속에서 발발한 구체적인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증언함으로써, 미래 세대가 이 시대를 이해하고 성찰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자 문학적 유산으로 기능한다. 시인의 시는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으로서 그 가치를 지닌다.

 

3.3. 문학적 계보 탐색: 영향 및 맥을 같이하는 시인들

이종근 시인의 시 세계는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한국 현대시의 특정 흐름을 분명히 계승하고 있으며, 몇몇 선배 시인들의 선험적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시인의 시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들은 특히 '사회 참여시'의 강력한 계보와 연결된다.

 

-김수영(金洙暎); 시인의 시는 김수영 시인과 가장 강하고 직접적인 맥락을 공유한다. 김수영 시인은 모든 관념적 수사나 현학적 표현을 거부하고,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 그리고 양심적인 지식인의 고뇌와 저항 정신을 직설적이고 통렬한 언어로 담아냈다. 시인의 시,껌사라네요의 재치 있는 언어유희를 통한 비판,실격 2거부의 산을 넘어 거부의 강을 건너라에서 드러나는 위선과 권력에 대한 거침없는 질타는 김수영 시인의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등에서 느껴지는 치열한 시대정신과 현실 비판 의식과 그 정서적, 형식적 유사성이 매우 높다. 특히, 시적 형식의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고, 메시지 전달을 최우선으로 삼는 태도에서 강한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신동엽(申東曄); 신동엽 시인은 민중의 삶과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한 저항시의 대가이다. 특히 그의 시는 민족 분단의 비극과 통일에 대한 염원, 그리고 독재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고 있다. 시인의 시,오므라이스와 실격에서 '파고다 공원', '동학혁명군'과 같은 역사적 공간과 인물을 소환하며 민족의 아픔과 역사적 투쟁을 현재의 친일적 행태와 결부시키는 방식은 신동엽 시인의금강이나껍데기는 가라등에서 나타나는 역사적 비극을 통해 현실을 성찰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일깨우는 방식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의 시에서 느껴지는 웅장하고 결연한 저항 정신 또한 시인의 시와 공명하는 지점이다.

 

-신경림(申庚林); 신경림 시인은 주로 농민과 서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그들의 고통을 유발하는 사회 구조적 모순을 비판한다. 시인의 시,공청회가 없는 공청회가 있다에서 '통통배 씨', '늙은 길냥이' 등 소외되거나 힘없는 존재들을 의인화하여 그들의 침묵하는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을 통해 현실의 불합리함을 고발하는 방식은 신경림 시인의농무,목계장터등에서 보이는 민중적 시선과 향토적인 서민적 정서와 깊은 공통점을 가진다. 직접적인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냄으로써 현실 비판의 보편성을 획득하려는 시적 태도가 비슷하다.

 

-황지우(黃芝優); 1980년대 시인인 황지우는 특유의 풍자와 해학, 그리고 아이러니를 통해 사회 현실을 비판한다. 시인의 시,껌사라네요공청회가 없는 공청회가 있다,르포의 향방에서 보이는 재치 있는 발상과 냉소적 어조를 통한 비판, 그리고 시뮬라크르(모조품)적인 현실 비틀기는 황지우 시인의나는 너다,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등에서 느껴지는 지성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 방식과 그 궤를 같이한다. 특히 대중문화 코드나 일상적 언어를 끌어와 현실 비판에 활용하는 점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종근 시인의 시는 2025년 한국 현대 시단에 던져진 의미 있는 '화두'이자, 시인의 깊은 성찰과 용기가 만나 탄생한 '시대의 불협화음을 꿰뚫는 언어의 메스'로서 그 가치와 의의가 크다. 시인의 시는 기존 사회 참여시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새로운 문제 양상과 미디어 환경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적 문법을 구축함으로써,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장을 여는 중이다. 시인의 시는 끊임없이 우리를 성찰하게 하고, 잊어서는 안 될 진실과 마주하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이종근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시창작 과정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 과정 수료 및 중앙대학교(행정학석사)을 마침.

미네르바2022예술세계(한국예총)신인상으로 등단함.서울시()-모두의시집(한국시인협회),금강예술(금강권문화예술인협회),문예바다공모시당선작품(1),수원시민창작시공모(수원문화재단)등 참여함.서귀포문학작품상,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항쟁문학상,도산안창호글짓기공모,경상북도문예현상공모전등에서 수상함. 충남작가회의, 한밭문학회 등에서 활동 중.천안문화재단문화예술창작지원금,충남문화관광재단문학예술지원금등 수혜함. 시집광대, 청바지를 입다,도레미파솔라시도등이 있음.

onekorea2001@naver.com

 


▲이종근 시인



작성 2025.11.30 08:04 수정 2025.11.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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