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말일이면 반복되는 평범한 검침 업무였지만, 베테랑 관리사무소장의 눈썰미는 예리했다. 숫자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은 덕분에 홀로 쓰러져 있던 이웃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난 27일, 용인 휴먼시아 물푸레마을9단지 아파트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관리사무소장 (김은하 소장)은 세대별 검침을 진행하던 중 909동에 거주하는 60대 독거 여성 B씨 댁의 온수 사용량이 이례적으로 많은 것을 확인했다.
B씨는 평소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는 독거 세대였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A씨는 즉각 확인에 나섰다. 전화와 문자는 묵묵부답이었고, 이웃들마저 며칠간 B씨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체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 김소장은 즉시 구성동 행정복지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센터의 적극적인 협조로 20년 넘게 왕래가 없었던 B씨의 아들과 연락이 닿았다. 소식을 들은 아들은 한달음에 아파트로 달려왔고, 경찰과 소방당국의 협조하에 굳게 닫힌 문을 열 수 있었다.

B씨는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의식은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자력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현장의 신속한 조치로 병원에 이송된 B씨는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던 계량기의 숫자가, 20년간 끊겼던 천륜을 잇고 한 사람의 생명까지 살려낸 것이다.
현장을 지휘한 관리사무소장은 “입주민이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다리가 풀렸다”며 “위기 상황에서 행정복지센터와 경찰, 소방이 한팀처럼 움직여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이 기적을 만든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한국IT미디어그룹, 한국IT산업뉴스 김주관 최고전문고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