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이 만드는 학습의 구조: 플래너 루틴과 자기 점검 시스템
“어떤 일이든 미리 계획을 세워 움직이려 했다.”
광주에서 10년 만에 수능 전 영역 만점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의 주목을 모았다. 주인공인 서석고 3학년 최장우 학생은 자신의 성과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의 말처럼, 높은 성취는 노력만이 아니라 노력의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최 군은 공부할 분량과 시간을 즉흥적으로 정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하루를 시작하기 전 플래너를 펼쳐 구체적인 목표를 적고, 하루가 끝나면 실천 여부를 점검하는 루틴을 고교 3년 내내 유지했다.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우는 행위가 아니라, 계획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까지 포함한 자기 점검 시스템이었다.
많은 학생이 계획을 세우고도 지키지 못해 좌절하지만, 계획의 가치는 100% 실행률에 있지 않다. 계획은 학습의 방향을 유지하게 하는 기초 구조이며, 하루하루의 흐름을 다시 ‘의도된 방향’으로 돌리는 역할을 한다. 결국 계획은 단순한 일정표가 아니라 학습을 우연에 맡기지 않는 전략적 장치다.
공교육 중심 학습과 독서·탐구가 만든 사고력의 기반
최 군의 또 다른 특징은 ‘학교에서 공부를 끝낸다’는 원칙이었다. 2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수학 학원만 잠시 다녔을 뿐, 나머지 공부는 모두 학교 수업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그는 사교육에 대한 압박감 없이도 학교 시스템 안에서 충분히 학습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교육의 역할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도록 돕는 구조적 기반임을 보여준다. 특히 서석고의 탐구형 프로그램들은 학생의 자발성을 이끌어냈고, 과목 간 균형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학교에서의 다양한 탐구 활동은 수능과 내신 공부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독서 습관은 국어 이해력뿐 아니라 모든 과목의 사고력 향상에 핵심적 바탕이 됐다. 독서는 문장의 흐름을 읽고 논리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는 단기 성적 향상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 체계를 바꾸는 장기적 학습 자산이다.
학생회 활동, 토론 활동 등 대외활동 역시 표현력과 긴장 조절 능력을 키워 시험장에서의 침착함을 가져다주었다. 결국 공교육·독서·탐구 활동이 결합해 ‘사고력의 기반’을 만들었고, 이는 수능 만점이라는 결과로 귀결됐다.
흔들림을 견디는 힘: 슬럼프를 넘어서는 자기주도적 태도
그는 인터뷰에서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슬럼프 자체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는 자기주도적 태도의 핵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습의 길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은 뛰어난 정신력이 아니라 감정에 휘둘려도 일상을 유지하는 루틴의 힘에서 나온다.
최 군은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 준 부모의 태도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부모가 간섭하지 않고 지지해 준 환경은, 학생이 스스로 방향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길러주었다. 이러한 자율성은 학습 지속력과 직결된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안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자기주도학습이란 성적과 상관없이 꾸준히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쌓여 결국 10년 만의 전 영역 만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장우 학생의 사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스스로 배우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독서는 기반을 만들고, 계획은 구조를 세우며, 습관은 그 구조를 지속한다. 이 세 요소가 합쳐져 자기주도학습은 완성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구조가 성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의 성적이 전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자기주도학습은 ‘오늘 계획을 세우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이 작은 행동이 쌓여 미래의 변곡점을 만든다. 학습 과정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의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