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스키담(Schiedam)에 위치한 국립 예네버 박물관에서 한국 전통주가 문화적 이야기로 소개되고 있다. 진(jenever)의 발상지로 알려진 이 박물관은 신규 전시 ‘Sterk Verbonden – Strongly Connected(강하게 연결된)’를 통해 다양한 이주민 공동체의 전통주 문화를 조명하며, 그중 하나로 한국의 발효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전시는 술을 매개로 한 이주와 정체성, 그리고 기억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술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을 담아내는 문화 자산으로 바라본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폴란드, 우크라이나, 인도, 튀르키예, 포르투갈 등 12개국 출신 이주민들이 참여해, 각자의 전통주가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직접 들려준다. 이 가운데 한국 전통주는 발효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세대를 잇고, 고향의 시간을 현재로 불러오는 상징으로 소개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례로는 네덜란드에 거주 중인 이연수 씨의 이야기가 전시됐다. 그는 집에서 누룩을 사용해 막걸리를 빚으며, 한국에서 이어져 온 발효 문화를 일상의 일부로 실천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사진 자료와 함께 양조 도구, 누룩 관련 설명으로 구성돼 전시 공간에 배치됐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한국 전통주가 단지 전통 행사에 국한된 술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생활 문화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는 각국의 전통 음식과 술이 함께 소개되며 문화적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오미자 소주를 활용한 칵테일과 인도 사모사, 유럽식 안주가 한 테이블에 오르며 서로 다른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전통주는 다른 나라의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개방적인 문화 자산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의 게스트 큐레이터는 더술컴퍼니(The Sool Company)의 창립자 줄리아 멜러(Julia Mellor)가 맡았다. 그는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생활하며 한국 술을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주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였다고 설명했다. 멜러는 강연을 통해 일부에서는 ‘한국정통주’로도 불리는 이 술 문화가 단순한 지역 특산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사적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국립 예네버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일본 사케, 중국 백주, 포르투갈 바가소(bagaço), 인도 페니(feni) 등 다양한 나라의 전통주를 함께 소개했다. 이를 통해 전통주는 어느 한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각 사회의 역사와 이동, 정체성을 담은 문화적 기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국 전통주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세계 전통주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Sterk Verbonden – Strongly Connected’ 전시는 2026년 3월까지 네덜란드 국립 예네버 박물관에서 진행된다. 한국 전통주가 유럽의 국립 박물관 전시를 통해 공식적으로 소개되는 이번 사례는, 한국 술 문화가 지역적 관심을 넘어 국제적 문화 담론 속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전통주 애호가와 양조 관계자들에게도 이번 전시는 의미 있는 참고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