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이 아닌 선택의 자유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전 세계 도시들이 새로운 공간 패러다임인 ‘15분 도시’ 혹은 ‘30분 도시’ 구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필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를 재편하는 개념으로, 프랑스 파리의 ‘Ville du quart d’heure(15분 도시)’가 그 출발점이다. 이후 멜버른, 바르셀로나, 서울, 부산, 청주, 제주 등지로 확산되며 도시 정책의 핵심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정책의 본래 목표는 명확하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 저감, 삶의 질 향상, 그리고 도심 과밀 해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근린 생활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지역 단위 내에서 일하고 소비하며 생활하는 구조가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했다. ‘15분 도시’는 도시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높이고, ‘30분 도시’는 농촌이나 광역권에서 필수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시켜 지역 소멸을 막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최근 들어 이 같은 정책이 단순한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이 아닌, ‘이동권 제한 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국민 이동의 자유를 통제하거나, 정부의 사회적 감시 체계로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도시를 여러 개의 ‘생활권 구역’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해당 구역 내에서만 소비와 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행정 구조가 형성될 경우, 실질적 이동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해외에서는 차량 이동을 제한하거나 구역 외 이동 시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사례가 논란이 되면서, 일부에서는 “탄소 절감 명분 아래 자유 이동이 규제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15분 도시’가 도보와 자전거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장애인·노약자 등 교통 약자에게는 오히려 접근성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도시의 접근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소외층은 늘어날 수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30분 생활권’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형식적인 정책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N분 도시의 핵심은 ‘통제’가 아니라 ‘선택권 확대’에 있다”고 지적한다. 즉, 원거리 이동의 필요를 줄이되 언제든 자유롭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획일적 도시계획보다는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가 필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15분·30분 도시 정책의 성공 여부는 결국 ‘효율’과 ‘자유’의 경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속가능성과 환경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시민의 자유와 다양성이 훼손된다면 그것은 미래도시의 진보가 아니라 후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시는 단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유롭게 숨 쉬는 인간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도시정책의 본질은 ‘통제’가 아닌 ‘자유로운 선택’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