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김장했어? 어떻게 했어? 야 나는 며느리들 다 불러서 했어. 재료는 내가 다 준비해 놓고. 김치, 동치미, 총각무까지 다해버렸어.”
구순은 넘으셨을 듯 한 할머니가 수영장 샤워실 온탕 중앙에 자리하고선 목청껏 하는 말입니다. 검버섯이 촘촘히 덮인 얼굴로 늘어지는 몇 가닥 머리카락을 양손을 오목하게 모아 퍼올린 물로 쓸어 올리며 다가오는 할머니에게 시선을 고정합니다.
“네 했어요 언니. 저는 그냥 각자 하자고 했어요. 조금씩 알아서 하니까 편하더라고요.” 불편한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온탕으로 들어오는 할머니도 언뜻 동년배로 보이니 누가 동생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쪽은 맘 내키는 데로 툭툭 던지고 다른 한쪽은 낮은 톤으로 천천히 공손하게 받습니다. 생각보다 나이차가 있는 걸까요.
수영장이 작다 보니 샤워실이나 락커룸에서 자주 보면 한 반 수강생이 아니어도 절로 인사를 나누게 되고 옆자리에서 드라이를 사용하다가 한두 마디 오간 후에는 쉽게 언니 동생이 되는 곳입니다. 대게 서른 살 위아래로는 언니 동생이 되는 터라 가벼우면서도 업다운 업되는 수다스러운 말이 오가는 편이니 두 할머니의 말투가 대화 내용보다 재미있어서 침묵으로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김장하고 몸살 했어. 며느리들이 잘한다 해도 내손이 안 가면 마무리가 안돼. 수영장도 한주만에 나왔어. 너는 괜찮지?” 구순을 넘기셨을 듯한 다른 한분도 몸상태가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너는 괜찮았을 거라고 물으십니다.
“네 저는 괜찮아요 언니.”합니다. 진짜 괜찮았던 건지 언니 앞에서 아프다 하는 게 예의가 아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웃음기어린 차분한 말투가 영락없는 막내 동서같은 느낌이라 순간적으로 두 분을 번갈아 봤는데요. 아무래도 연배가 비슷해 보입니다.
최근에 지인의 말이 가시가 돼서 잠을 설치고 맞받아 칠 말을 생각해 내느라 고심했던 며칠이 떠오릅니다.
날 선 말이 유독 저를 찌른다 여겼고 그전에도 껄끄럽게 들렸던 몇 마디 말까지 끄집어내서 속을 끓였는데 한 발 물러나 보니 별말 아니다. 별일 아니다 싶습니다. 그때 그의 감정을 그 단어에 실었을 뿐 저와는 무관하다 정리하니 그저 지나가는 말이지 싶습니다.
멀리서 보면 별일 아니라고 하던데요. 바다에 파도가 일렁였다 없어지지만 바다는 늘 그대로인 것처럼.
동생 할머니와 언니 할머니의 대화에는 언니 동생의 차이를 분명히 했지만 바라보는 제게는 그저 동년배 할머니였던 것처럼.
다 지나가고 다 잘될 겁니다. 별일 아닐 겁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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