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은 단순히 활자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람의 영혼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우리는 한 줄의 문장을 통해 글쓴이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오롯이 마주한다. 시집 『모지리 토마토』를 펼치는 순간, 나는 그 속에서 투박하지만 따뜻한 한 사람의 진솔한 고백을 들었다. 1971년 전남 여수의 푸른 바다를 보며 꿈을 키우던 한 소년이, 이제는 광주광역시의 이주민 교회인 ‘하나 되는 교회’에서 인도 출신의 아내 사라와 함께 다문화 가정을 꾸리며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가 되어 우리 곁에 서 있다.
그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KBS <이웃집 찰스>에 출연하며 유튜브 조회 수 1,00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그 화려한 조명 이면에는 ‘모지리 토마토’처럼 못생기고 볼품없던 시련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시인은 서문에서 짧은 인생길을 낭비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그리스도 예수를 구주로 고백한 후 시작된 ‘제2의 인생’에 대해 고백한다. 그러나 새로운 인생이라 해서 고난이 비켜 간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 뿌린 잘못된 씨앗들이 자라 삶을 뒤흔들 때, 그는 낭떠러지 위에서도 평안을 누릴 방법을 갈구했고, 마침내 성경 속 인물 ‘다윗’을 통해 그 길을 발견했다.
3,000원짜리 바구니에 담긴 은혜의 역설
시 「모지리 토마토」는 노점 할머니의 바구니 속에 담긴 헐값의 토마토에서 시작된다. “겁나게 많이 담아 3천 원”에 팔리는 그 못생긴 토마토는 시인 자신의 자화상이다. 돈도 없고, 공부도 못하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초라한 존재. 이는 세상의 가치 기준으로 매겨진 우리의 비참한 등급표다. 대부분의 종교는 이 등급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선행과 노력을 쌓으라고, 즉 ‘행위의 원리’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시인은 그 헐값의 바구니 속에서 기독교 구원관의 핵심인 ‘은혜’를 발견한다.
기독교의 구원은 인간의 공로나 자격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방적인 선물이다. 세상은 ‘모지리’라며 헐값에 매기지만, 누군가는 그 토마토를 선택하여 집으로 가져간다. 이것이 바로 ‘받을 자격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호의’인 은혜의 본질이다. 시인은 자신의 초라함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윗처럼 자신의 모든 감정과 허물을 주님 앞에 정직하게 쏟아낸다. 다윗이 마귀의 정죄와 사람들의 비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했던 것처럼, 시인 역시 ‘모지리’ 같은 자신을 찾는 그 손길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다윗을 흉내 내는 고백: 정죄를 이기는 확신
시인의 시는 다윗을 흉내 내는 작업이다.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극도의 신뢰를 배우는 과정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행위가 완벽해야 구원을 확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끊임없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기독교의 구원은 ‘내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셨는가?’에 근거한다. 시인은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도 희망을 노래한다. 이는 자신의 의로움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이라는 유일무이한 근거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대한시문학협회 ‘신인 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그의 시어들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투박한 글귀마다 치유되지 못한 상처 입은 영혼들을 향한 깊은 공감이 담겨 있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떤 이는 지나온 삶의 궤적을 살피게 될 것이고, 어떤 이는 가슴 속 묻어두었던 사랑을 떠올리며 새로운 다짐과 고백을 하게 될 것이다. 시집 『모지리 토마토』는 아직 화려하게 피지 못한 꽃 한 송이에 불과할지 모르나, 그 속에는 초라함을 압도하는 무한한 가능성의 길이 열려 있다.
가족공동체를 보듬는 치유의 음성
이 시집이 특히 다가오는 이유는 저자가 다문화 가정이라는 특별한 공동체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섬기며 몸소 겪어낸 치유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치유 받지 못한 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영혼들이 너무나 많다. 저자가 주님 안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료받았듯,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가족공동체를 보듬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길 바란다.
인간은 유한한 삶 속에서 늘 죄의 용서와 구원을 갈망한다. 시인은 이 근원적인 갈망에 대해 ‘은혜와 믿음’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자신의 노력을 자랑하지 않고 오직 주님의 선물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시인이 다윗을 통해 배운 신앙의 정수다. 이 시집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은밀하게 속삭이는 세밀한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인생을 향한 도전도, 신앙을 향한 믿음의 성숙함도, 이 『모지리 토마토』와 함께 새롭게 시작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떤 면에서 ‘모지리’들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그 볼품없는 우리를 ‘겁나게 많이’ 사랑하여 당신의 품에 안으시는 분이 계신다는 사실을. 그 은혜의 손길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모지리 토마토가 아닌, 하나님의 가장 소중한 걸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