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세계 경제를 괴롭혔던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지나간 자리에 더 거대한 파고가 몰려오고 있다. 2026년 세계 경제의 핵심 화두는 재정 위기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26 세계 대전망에 따르면, 선진국의 평균 국가 채무 비율이 GDP 대비 110%를 넘어서면서 적어도 한 곳 이상의 선진국에서 심각한 재정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프랑스는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되며 전 세계 금융 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재정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각국 정부는 그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쏟아부었던 정책적 자원을 이제 부채 관리로 급격히 회전시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정치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에서는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 인선을 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무성하다. 중앙은행의 독립성보다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 낙점될 경우, 연준의 정치화 우려는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원자재 시장은 이례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을 위해 휘발유 가격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산유국들의 증산까지 겹치면서 원유 가격은 사상 최저가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 불확실성을 먹고 사는 금값은 온스당 4,500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물 경제보다는 안전 자산이라는 최후의 보루로 몰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과 안보 분야에서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난다. 2026년은 그간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인공지능(AI)이 실제 기업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판가름하는 '수익성 심판의 해'가 될 것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누적 7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AI가 거품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반도체 자급자족 속도를 올리며 내수 수요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으로 충당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의 지형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안보 경쟁의 무대는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와 북극으로 확장된다. 내년 세계 국방비 지출은 2조 9,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이 중 1조 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패권 유지에 나선다. 해빙으로 항로가 열린 북극에서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확대와 미국의 알래스카 항구 확장이 맞붙고, 우주 공간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결국 2026년은 경기 변동과 정치, 경제, 안보가 복합적으로 얽힌 변동성의 시대가 될 것이다. 국가 간의 협력보다는 트럼프식 '거래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세계 무역 증가율은 2% 미만으로 위축될 위험이 크다. 기업과 개인은 이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부채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술 혁신의 실질적 성과를 주시하며 생존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