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는 ‘요리를 업으로 삼아 살아온 한 사람의 주방’이었다. 화려한 레시피나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며 시간을 견뎌온 사람의 손놀림과 태도 말이다. 『소중한 것은 모두 키친에서 배웠어』는 요리에 관한 책이지만, 동시에 요리를 하며 삶을 지나온 한 사람이 자신이 익힌 삶의 감각을 조용히 풀어놓은 기록처럼 읽힌다.
저자는 요리를 직업으로 삼아 식재료를 다루고, 불 앞에 서고, 하루의 리듬을 주방에서 만들어 온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취미적 기록’이라기보다, 일을 통해 삶을 배운 사람의 성찰에 가깝다. 요리는 그저 수단일 뿐, 중심에는 늘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놓여 있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요리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과장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주방에서의 경험은 삶을 단번에 바꾸는 계몽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다져진 감각으로 제시된다. 재료를 고르는 일, 손질하는 일, 불을 조절하는 일, 기다리는 일. 이 모든 과정은 성급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잘하려 애쓸수록 오히려 어긋나고, 서두를수록 실패가 잦아진다. 요리는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을 정확하게 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이 지점에서 책은 자연스럽게 삶의 태도로 확장된다. 저자가 주방에서 배웠다고 말하는 것들은 거창한 교훈이 아니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대하는 태도, 과정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마음, 실패를 무리하게 덮지 않는 자세 같은 것들이다. 이는 요리를 잘하기 위한 덕목이면서 동시에, 삶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았던 감각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사는 것’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다. 우리는 흔히 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바쁘다는 이유로 끼니를 대충 때우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몸의 신호를 무시하며, 효율을 이유로 삶의 많은 과정을 생략해 왔다. 저자는 요리를 하며 오히려 그 생략된 시간과 과정을 다시 회복해 간다.
좋은 재료를 고르고, 정갈하게 한 상을 차리고, 그것을 혼자 혹은 누군가와 나누는 일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삶을 채우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이루었는지가 아니라,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마무리했는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담백하게 전해진다. 이 책 속의 주방은 성취의 공간이 아니라, 균형을 되찾는 공간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삶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요리를 직업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이 책에서 자랑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오래 해온 일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태도가 조용히 드러난다.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자신을 소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도 함께 전해진다.
『소중한 것은 모두 키친에서 배웠어』는 삶을 급하게 정리해 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자신의 일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하루의 끼니와 휴식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삶을 채우는 방식이 너무 거칠어지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이 질문들은 독자를 다그치지 않고, 천천히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잘 사는 삶은 멀리 있지 않고, 매일의 주방과 식탁, 일과 휴식 속에 있다는 것. 좋은 재료와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대하고, 따뜻한 한 상을 차려 자신과 타인에게 내어주는 태도가 삶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다는 통찰이다. 요리를 하며 배운 삶의 지혜가 이렇게 담백하게 전해지는 책은 드물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나서도 오래도록,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