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감기 기운이 있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혹은 몸이 축 처질 때 스프라이트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탄산음료가 치료제가 될 수는 없지만, 이 나라에서는 스프라이트가 일종의 ‘컨디션 회복 음료’처럼 인식되는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특유의 기후와 생활환경이 있다. 연중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서 탈수와 피로는 일상적인 문제다. 현지인들은 갈증 해소와 기분 전환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달콤한 탄산음료를 즐겨 마신다. 특히 레몬·라임 향이 강한 스프라이트는 상쾌함이 두드러져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체감이 강하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스프라이트에 소금을 약간 섞어 마시면 전해질 보충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전통적 치유 문화 역시 이 인식을 강화한다. 인도네시아에는 ‘자무(jamu)’로 불리는 전통 허브 음료와, 몸을 긁어 어혈을 빼낸다고 여기는 ‘끄로깐(kerokan)’ 같은 민간요법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증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보다 “몸 안의 나쁜 기운을 풀어준다”는 체감이 중요하다. 스프라이트는 차갑고 톡 쏘는 느낌 덕분에 답답한 속을 뚫어주는 음료로 받아들여지며, 민간요법의 연장선에서 소비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위생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을 바로 마시는 것보다 밀봉된 음료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병이나 캔에 담긴 탄산음료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고, 배탈이나 속 불편함이 있을 때 선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현지 상점이나 길거리 식당에서는 “배가 안 좋을 때는 스프라이트가 낫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물론 이는 의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스프라이트가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는 없으며, 과도한 당분 섭취는 오히려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음료가 인도네시아에서 갖는 의미는 ‘약’이라기보다 심리적 안정과 즉각적인 컨디션 회복을 상징하는 생활 속 아이템에 가깝다. 한국에서 따뜻한 꿀물이나 이온음료가 위로의 음료로 여겨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스프라이트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긴다는 말은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후·위생 환경·전통 치유 문화가 결합된 생활의 지혜가 숨어 있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이 작은 습관은, 한 나라의 일상과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