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산업이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전력 수요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연산을 상시로 수행하는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자, 전력의 안정성과 공급 속도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기저전원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 기반 발전이 다시 전략적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업계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계획 중이거나 검토 단계에 있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단기간에 수십 기가와트 규모로 확대됐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변화는 전력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확산됐지만, 간헐성과 송전 병목 문제로 인해 초대형 부하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전력 인프라를 운영하는 유틸리티 기업들은 이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송전망 확충과 가스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고전압 송전선로와 대형 변전 설비가 잇따라 계획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향후 AI 산업 성장 속도에 맞춘 선제적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속도다. 전력 수요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신규 발전소와 송전 설비는 인허가와 장비 조달, 공사 기간 등으로 인해 긴 리드타임을 요구한다. 특히 가스터빈 제조 설비의 가동률이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하면서, 신규 가스복합 발전의 상업 운전 시점이 2030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같은 병목 현상은 전력 가격 상승과 직결된다. 기존 발전 설비의 은퇴가 예정된 상황에서 신규 공급이 제때 투입되지 않으면, 대규모 부하 유입은 전력 시장 전반에 부담을 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기존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수요 예측이 빗나갈 경우, 과도한 인프라 투자가 사회적 비용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 인프라 역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향후 수년 내 추가적인 천연가스 수송 능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신규 파이프라인 건설과 기존 노선의 증설을 동시에 요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가스 생산 증가 속도가 수송 인프라를 앞지르며 병목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최근 통과된 대규모 정책 패키지는 에너지 산업 전반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 조건은 까다로워진 반면, 화석연료 기반 산업은 상대적으로 정책적 우선순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가스 발전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천연가스가 단순한 과도기적 에너지원에 그치지 않고, 최소한 다음 10년 이상 전력 시스템 안정화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대규모 전력 수요 대응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탄소 포집 기술과 연계하지 않는 한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AI 경쟁이 국가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전력 공급 능력은 기술력 못지않은 전략 자산이 됐다. 천연가스 발전은 이 전환기에서 현실적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 속도와 정책 일관성, 비용 부담이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