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식적 절차에 머물렀던 기후 공론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 주도 기후시민의회가 오는 2월 28일 열린다. 이번 행사는 시민을 ‘의견 제시자’가 아닌 정책 논의의 주체로 세우는 새로운 공론 모델을 실험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공론화 방식에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기후시민의회가 출범한다. 이번 시민의회는 기존의 ‘형식적 공론화’ 구조에서 벗어나, 시민이 정책 논의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기후 정책 논의는 전문가와 행정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시민 참여를 전제로 한 공론화 절차 역시 이미 정해진 안건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에 머무르며 한계를 드러냈는데,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참여는 있었지만 결정권은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주최 측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번 기후시민의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토론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논의 의제를 설정하고 숙의 과정을 거쳐 정책 제안을 도출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 사례와 차별화된다. 주최 측은 “시민을 ‘참여자’가 아닌 ‘정책 주체’로 세우는 것이 이번 시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참여 과정의 투명성과 대표성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은 이번 시민의회는 연령, 성별, 직업 등 다양한 배경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모집 방식을 설계했고, 토론 과정에서는 특정 의견이 과도하게 우세해지지 않도록 숙의 중심의 운영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기후위기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 과제’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또한 참가자들은 충분한 정보 제공과 사전 학습 과정을 거친 뒤 본격적인 토론에 참여하며, 전문가 발제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되, 최종 논의와 결론 도출은 시민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공론화 과정에서 반복돼 온 ‘전문가 중심 구조’에 대한 대안적 시도로 평가된다.
기후시민의회는 논의 결과를 기록과 제안서 형태로 정리해서 향후 기후 정책 논의 과정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시민의 숙의 결과가 정책 논의 테이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연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도가 기후 거버넌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기후위기는 과학적 분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이며, 정책의 실행력은 시민의 공감과 참여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다. 한 환경정책 전문가는 “시민이 스스로 논의하고 합의한 정책 제안은 제도권 논의에서도 무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의회 모델이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제도 남아 있다. 논의 결과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지 못할 경우 참여 동력이 약화될 수 있고, 숙의 과정의 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운영 경험을 축적하며 제도적 연계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후시민의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민주주의의 방식을 다시 묻는 시도다. 시민이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향후 다른 사회적 의제로 확장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