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짤막한 감성 詩 한 편이 당신의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펼칩니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차갑게만 보이던 세상 속에, 詩의 따뜻한 빛을 비춥니다. 한 줄 한 줄, 행간마다 담긴 마음의 떨림은 마치 스크린 속 한 장면처럼 오래 남아, 복잡한 사회 속에서 때론 소외되거나 잊히는 '우리 안의 인권'을 다시금 발견하게 합니다. 오늘 인권온에어와 만나는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詩와 함께 인간 존엄의 가치를 되새기는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갑니다.
무언가를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일은 온전히 그 대상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부드러운 흙을 만지며 그릇의 모양을 잡아가는 동안,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빚어내곤 합니다. 여기, 그릇을 빚으려다 결국 그리운 사람을 빚어버린 애틋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릇
흙으로 그릇을
빚으려 했는데
보고 싶은 당신을
빚고 말았습니다
그릇에
맛있는 음식을
담으려 했는데
그리운 당신 생각만
가득 담고 말았습니다
그릇을 빚는다는 핑계로
당신 생각
배부르게 했습니다.
_홍유경
처음에는 그저 밥이나 국을 담을 실용적인 그릇을 만들 요량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손끝에서 흙이 돌아갈 때마다,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보고 싶은 당신'이었습니다. 생활의 도구를 만들려던 계획은 어느새 사랑의 고백으로 바뀌어 버렸네요. 핑곗김에 실컷 당신 생각을 했다는 시인의 마지막 고백이 참으로 투명하고 사랑스럽게 다가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닮았지 않을까요.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하루하루의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가지만, 우리 마음이라는 그릇 속에는 언제나 소중한 사람이 담겨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혹은 지나간 추억일 수도 있겠지요.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고 비어 있는 듯해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찰랑거리는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찰 제복을 입고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마주했습니다. 사건과 사고 속에서 만나는 이들도 결국은 누군가의 소중한 '그릇'이었습니다. 겉모습이 남루하든 화려하든, 그 안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타인을 더 깊이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을 그저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귀한 마음을 담고 있는 존엄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권의 시작점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여러분은 어떤 그릇을 빚고 계시는가요. 혹시 해야 할 일들에 치여 마음의 그릇이 텅 비어 있지는 않은지요. 잠시 멈춰 서서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그 빈 공간을 따뜻한 사람의 온기와 그리움으로 채워보시길 바랍니다. 그리움으로 배부른 하루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테니까요.
시인 프로필

홍유경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23년 대한시문학협회 신인문학상을 받았으며, 윤보영감성시학교 공모전에서 시 ‘그릇’으로 대상을, 제1회 수국 디카시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2002년부터 20여 년간 어린이 영어학원을 운영해 왔고, 사람들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질 수 있는 시를 쓰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꿈꾼다. 현재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와 인성, 독서치료, 회복탄력성, 감정코칭, 대인관계능력, 책쓰기 코칭과 감성시 쓰기 교육을 진행하며 아이들과 함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도 참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개인 시집, 이지출판),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내 안에 꽃으로 핀 그대’(공저 시집, 이지출판), ‘글 한잔 할래요’(공저 에세이집, 부크크)가 있으며, 현재 제주도문인협회 회원이자 윤보영감성시학교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