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EV 결함]현대기아차, ICCU 결함 알고도 '소프트웨어 땜질'... 자국민은 '베타 테스터'인가

현대차 ICCU 결함, 단순 고장 아닌 '중대 제작 결함' 소지 다분 법무법인 대율 백주선·휘명 박휘영 변호사 "입증 책임 전환과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절실"

'한국형 레몬법'의 허점 "기술적 모호성 이용한 교환·환불 회피"

"정보 비대칭성이 낳은 3배 배상의 함정"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차량들에서 발생하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결함 사태가 기술적 논란을 넘어 법적 공방과 제도적 개혁 요구로 번지고 있다. ICCU의 기술적 메커니즘과 고속도로 주행 중 동력 상실의 위험성을 짚어본 데 이어, 소비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한국 법제도의 허점과 법률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사진: 남양주 46번 국토에서 주행중 갑자기 멈춰버린 기아EV6(전기차)

 

'한국형 레몬법'의 허점 "기술적 모호성 이용한 교환·환불 회피"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 2(자동차의 교환·환불 요건)에 따른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에 중대 하자 2회, 일반 하자 3회 발생 시 교환이나 환불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ICCU 사태에서 이 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법무법인 대율의 백주선 대표변호사는 "레몬법의 핵심인 '동일 하자의 반복'을 판단하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구조적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제조사가 ICCU의 소프트웨어 로직 변경을 '수리'가 아닌 '성능 개선' 혹은 '예방 조치'로 규정하거나, 개선품의 부품 번호가 바뀌었다는 점을 들어 '다른 부품의 고장'이라고 주장할 경우 소비자는 이를 반박할 전문 지식이 없다"며, "결국 법적 다툼에서 제조사의 '용어 전술'에 휘말려 동일 하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사고 후 기아 EV6 (전기차) 내부

 

 

"정보 비대칭성이 낳은 3배 배상의 함정" 

지난 2017년 개정된 제조물책임법(PL법)에는 제조사가 결함을 알고도 조치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한 경우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오히려 제조사에게 '면죄부'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법무법인 휘명의 박휘영 대표변호사는 "현행법상 징벌적 배상을 청구하려면 제조사의 '고의적 은폐'나 '불법적 불작위'를 입증해야 하는데, 전기차의 설계 데이터와 결함 보고서는 제조사가 독점하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에 달해 있다"고 진단했다. 박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배상액에 상한이 없는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을 통해 기업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하여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리콜을 유도하지만, 한국은 '이익의 최대 3배'라는 상한선이 오히려 제조사로 하여금 '리콜 비용보다 소송 비용이 저렴하다'는 계산기를 두드리게 만든다"고 맹비난했다. 

 

사진 : 징벌적 손해배상 AI이미지 

 

 

백주선 변호사 "국민 안전 위해 '포괄적 집단소송제' 도입 운명적 과제" 

백주선 변호사는 특히 한국 국민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징벌적 판결의 실질화 집단소송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집단소송은 증권 분야 등 극히 일부에 국한되어 있어, ICCU 사태와 같은 제조물 결함 피해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며 "미국처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일괄 구제받는 'Opt-out' 방식의 집단소송이 도입되어야 제조사가 비로소 자국 국민의 안전을 무겁게 여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 변호사는 "징벌적 판결은 단순히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이 결함을 은폐했을 때 얻는 이익보다 잃는 비용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을 명확히 각인시켜야 한다"며, "한국 소비자가 글로벌 제조사의 '베타 테스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안전을 담보로 도박을 거는 기업 행태에 대해 법원이 징벌적 가중 배상을 선고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단 소송 및 입증 책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입법 필요" 

백 변호사는 제조사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보증 기간 연장'이라는 대책이 소송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보증 연장은 결함 차량을 계속 타라고 강요하는 위험천만한 논리"라는 것이다. 그는 법리적으로 '결함의 추정'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상적인 주행 중 동력이 상실되었다면 소비자가 원인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제품 결함으로 간주하는 입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형사 책임 검토 및 강제 리콜 명령권 발동해야" 

두 변호사는 ICCU 사태가 단순한 민사적 보상을 넘어 형사적 책임의 영역까지 검토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휘영 변호사는 "주행 중 동력 상실은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으로, 제조사가 결함을 인지하고도 소프트웨어 땜질 처방으로 일관하다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 또는 자동차관리법 위반(결함 은폐) 혐의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선 변호사는 정책적 대안으로 "국토교통부가 제조사의 자발적 시정에만 의존하지 말고, 행정권을 발동해 '하드웨어 전량 교체'를 포함한 강제 리콜 명령을 내려야 한다"며 "동시에 소비자 보호법을 개정해 고도화된 기술 제품에 대해서는 제조사가 무결성을 입증하게 하는 '입증 책임 전환'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기차 혁신의 상징이었던 E-GMP는 이제 한국 법제도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상징이 되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기술이 법보다 앞서나갈 때,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제조사의 양심이 아니라 국가의 강제적인 제도여야 한다." 

작성 2026.01.12 10:55 수정 2026.01.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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