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네이션으로 불리며 전 세계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이스라엘이 유례없는 지적 자산의 증발 사태에 직면했다. 한때 전 세계 유대인들이 꿈꾸던 약속의 땅은 이제 고학력 전문직들이 탈출하고 싶어 하는 불안의 땅으로 전락했다.
최근 2년 사이 12만 5천 명에 달하는 인구가 나라를 등진 것은 국가의 심장이 멈추는 신호탄과도 같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의사, 변호사, IT 엔지니어와 같은 핵심 인재라는 점은 이스라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이스라엘 경제를 지탱하는 힘은 전체 근로자의 11%에 불과한 하이테크 인력에서 나온다. 이들이 국가 전체 수출의 50%를 책임지고 소득세의 3분의 1을 감당하는 구조에서, 이들의 집단 탈출은 곧 국가 재정의 파탄과 산업 경쟁력의 붕괴를 의미한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안보 불안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는 이들을 한계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종교적 극단주의를 앞세운 극우 정부의 정책 기조는 세속적이고 합리적인 엘리트층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무너뜨린다.

포르투갈 대사관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이들은 더 이상 애국심이라는 명분으로 자녀의 미래를 도박에 걸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징병제라는 가혹한 현실 대신 유럽의 자유로운 교육과 안전을 선택하는 부모들의 행렬은 이스라엘 사회에 던지는 뼈아픈 경고장이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한 번 떠난 엘리트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혁신 생태계는 이미 위축되었고, 연구개발(R&D) 센터들은 폐쇄의 길을 걷고있다.
결국 현대 국가의 경쟁력은 영토나 군사력이 아닌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인재’를 밀어내는 정치를 지속한다면, 건국 이후 쌓아온 모든 경제적 성취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것이다. 지성적 기반이 무너진 국가에 남는 것은 광기 어린 갈등과 빈곤뿐이다. 지금 이스라엘이 직면한 진짜 위기는 국경 밖의 적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조용히 빠져나가는 인재들의 ‘침묵의 잰 발걸음’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