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개인의 목표뿐 아니라 우리 조직의 한 해 계획도 세우셨는지요. 그러나 계획을 세운 뒤, 그 목표를 실제 성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은 또 다른 과제가 됩니다. 전략을 세우고 실행 계획을 만들며, 무엇보다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바로 ‘회의’입니다.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활동 중 하나가 회의이지만, 과연 그 시간만큼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새해를 맞아 일하는 방식을 점검해야 할 지금, 우리가 반복하고 있는 회의가 정말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는지, 아니면 익숙한 관행으로 남아 있는지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조직의 회의문화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의는 많은데, 성과는 부족한 현실
직장인에게 ‘회의’는 어떤 의미일까요. 대한상공회의소가 2017년 상장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해법」 조사 결과는 현실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한국 기업의 회의문화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효율성은 38점, 소통은 44점, 성과는 51점에 그쳤습니다. 회의는 많지만, 충분히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직장인들은 주당 평균 3.7회의 회의에 참석하며, 한 번의 회의는 평균 51분이 소요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불필요한 회의’로 인식되고 있으며, 회의 시간의 31%는 잡담, 스마트폰 사용, 멍 때리기로 흘러간다고 합니다. 언론이 이 보고서를 두고 “답정너 회의”, “낙제 수준의 회의문화”라고 표현한 것도 이러한 인식의 반영일 것입니다. 더 인상적인 점은 직장인들이 회의를 떠올릴 때 연상하는 단어의 91%가 ‘불필요’, ‘상명하달’, ‘강압’, ‘결론 없음’이라는 사실입니다. 반면 ‘자유로움’, ‘창의적’이라는 단어는 9%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회의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많은 회의가 정보 공유나 집단 지성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론을 전달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의가 ‘소통의 장’이 아니라 ‘통보의 시간’이 될 때,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침묵을 선택하게 되고 회의는 형식만 남게 됩니다.
회의를 다시 설계하는 세 가지 전환
회의문화 개선의 출발점은 ‘회의를 줄이자’가 아니라 회의의 목적을 다시 묻는 일입니다. 이 회의가 결정을 위한 자리인지, 공유를 위한 자리인지, 아니면 단순한 보고를 위한 자리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목적이 불분명한 회의는 구성원의 시간을 소모시키고, 결국 조직의 에너지를 갉아먹게 됩니다. 회의마다 분명한 목표와 기대 결과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효율성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리더십의 전환입니다. 회의문화는 제도보다 리더의 태도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리더가 질문보다 지시를 먼저 할 때, 회의는 토론이 아니라 승인 절차로 바뀌게 됩니다. 반대로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라는 형식적인 질문이 아니라, “지금 제 생각과 다른 관점이 있다면 꼭 듣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때 회의의 공기는 달라집니다. 회의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회의에 대한 공동의 기준입니다.
‘결론이 없는 회의는 하지 않겠습니다.’
‘참석자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미리 공유하겠습니다.’
‘발언은 직급이 아니라 내용으로 평가하겠습니다.’
이러한 원칙이 쌓일 때, 회의는 피로한 시간이 아니라 성과를 만드는 시간이 됩니다.
지금 우리 조직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회의가 아니라, 더 나은 회의입니다. 회의실에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은 줄이더라도, 그 시간 안에서 결정과 실행이 이어질 수 있다면 조직의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질 것입니다. 회의문화는 조직의 민낯입니다. 회의가 바뀌면 조직이 바뀌고, 조직이 바뀌면 성과의 방식도 달라집니다.
[ 필자 소개 ]

조혜원 칼럼리스트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교육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과 리더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리더십 전문가입니다.
LG전자와 SKT에서 사내 강사로 활동했으며, 개인·조직 코칭을 통해 지속적인 변화와 성장을 촉진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