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四柱八字)란 타고난 운명이나 숙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고난 삶의 조건이 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기도 하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이런 천부적인 조건은 운명이자 숙명이긴 하지만 절대로 바뀔 수 없는 운명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다 잘 안다. 버림받은 천인으로 태어나서 인간세상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나라에도 운명이나 숙명과 같은 팔자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세계에서 팔자가 가장 사나운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중국과 같은 대륙 세력에 끊임없이 시달림을 당했고, 일본 같은 해양 세력에게 본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병자호란, 임진왜란, 남북전쟁 같은 큰 전쟁만 해도 50여 차례나 있었다. 왜구의 침탈같은 소소한 침탈은 헤아릴 수도 없다. 나라를 통째로 들어 이사를 갈 수 있다면 정말 이사 가고 싶은 숙명을 안고 살아온 민족이 우리 한민족이다.
그런 숙명 중에서도 가장 가혹했던 나라는 중국을 포함한 대륙 세력이었다. 만주라는 육지로 바로 연결된 중국과 대륙 세력은 수천 년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조선은 생존 전략으로 사실상 무력 항쟁을 포기하고, 중국과 만주족(청나라), 몽골족 밑으로 신하국 혹은 부마국이 되어 들어갔다. 그에 따른 피해나 수모는 전쟁 못지않게 고통스러웠다. 처녀들을 바쳐라, 금은을 바쳐라, 사냥용 매를 바쳐라, 군마(軍馬)를 바쳐라는 등등, 끝없는 조공이 요구되었다. 안 그래도 물산(物産)이 부족한 나라가 거덜 날 지경이었다.
이 가혹한 조공을 피하고자 조선은 중국 조정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생존 수단이 됐고, 그 잔재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조선에 오는 중국의 사신들은 금과 은을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리곤 했다. 실로 끔찍한 재앙이었다. 중국이 러시아의 연해주 진입을 막는다고 조선군 부대의 파병을 요구하고선 조선군이 총을 잘 쏘자 조선군의 총을 모두 빼앗고 무장을 해제시킨 적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은 이런 중국과 아주 달랐다. 배제학당을 세운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 최초의 장로교 교회인 정동교회(현재의 새문안교회)를 설립하였던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이화여자대학교와 이화여자고등학교의 전신인 이화학당과, 삼일소학당을 설립했던 스크랜턴(Marry Scrantom) 여사 같은 분들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일어날 만큼 우리나라의 현대화에 공헌했던 고마운 미국인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힘있는 나라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왜, 무엇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못살고, 힘없고, 희망 없는 나라에 와서 자신과 가족의 모든 것을 바쳐 희생했을까?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로제타 홀(Rosetta Sherwood Hall) 여사는 가족 전체가 한국에서 봉사하다 전염병으로 남편과 딸을 잃었다. 홀(Hall) 여사는 그렇게 남편과 딸을 한국 땅에 묻고도 한국을 떠나지 않고 “한국에서 더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대 병원, 이대 병원을 세우는 등, 43년간 봉사하다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죽으면 한국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현재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외국인 선교사들의 공동묘지인 양화진(楊花津)에는 홀(Hall) 여사와 아들 부부까지 5명이 묻혀 있다. 정말 고개가 숙여진다. 이렇게 미국은 우리를 갈취하기만 했던 중국과는 전혀 다른 국가였다. 우리는 이런 미국 덕분에 현대화를 서둘렀고,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살게 되었고, 힘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것이 미국의 도움만은 아니었지만.
시진핑은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주한 중국 대사는 계속 부국장급 정도의 하급 관리를 보내고 있다. 모두 계산된 의도적 행동으로 보인다. 심지어 얼마 전 중국 대사가 “한국이 중국에 베팅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물론 이제 우리가 중국보다 앞선 기술, 앞선 제품을 가진 것이 많으므로 옛날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과 경제력도 이제 우리를 능가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따라서 우리를 신하국으로 비하해 보는 시선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이런 하대(下待)를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 길은 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첨단기술과 첨단 무기로 무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만난(萬難)을 이기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빚을 내어 국민들에게 공짜 돈을 퍼주고 있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일시적 민생 살리기 정책이라고 변명을 해도 빚내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빚으로 빚을 돌려막겠다는 발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태산 같은 빚으로 태산 같은 빚을 돌려막는다면 그 끝은 어디일까?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몰락일 것이다. 우리가 정권을 잡을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다면 국가와 민족이 몰락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런 인간 말종들에게 한 마디하고 싶다.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하늘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머지않아 하늘이 내리는 천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손 영일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