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안에 공존하는 야수와 천사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기묘하다. 우리는 때로 본능에 충실한 한 마리 영리한 영장류처럼 행동하다가도, 어느 순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영원과 초월을 갈망한다. 다윈의 진화론과 성경의 창조론 사이 그 어딘가에서, 우리는 동물적 본성과 신성한 소명 사이를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존재다.
히브리어 알파벳의 열아홉 번째 글자인 '코프(ק)'는 이러한 인간의 이중적인 실존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이 한 글자 안에는 놀랍게도 가장 세속적인 단어와 가장 성스러운 단어의 뿌리가 함께 들어있다. '코프'는 우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당신은 본능을 따라 흉내 내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본질을 추구하며 거룩한 삶을 살 것인가?"

원숭이의 꼬리, 혹은 거룩한 하강
'코프(ק)'라는 글자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원숭이(קוֹף, Kof)'를 뜻한다. 고대 상형문자에서도 긴 꼬리를 가진 원숭이의 형상으로 그려지곤 했다. 원숭이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바로 '모방(Imitation)'이다. 본질은 모른 채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흉내 내는 습성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글자는 히브리어에서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단어인 '카도쉬(קָדוֹשׁ, Qadosh - 거룩한)'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코프(ק)'의 형태는 이 역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히브리어 알파벳 중 (마지막에 오는 어미형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기준선(Baseline) 아래로 길게 뻗어 내려가는 긴 다리(혹은 꼬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유대 신비주의 카발라 전통에서는 진정한 거룩함이란 하늘 높은 곳에 고고하게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장 낮은 곳, 본능과 욕망이 꿈틀대는 무의식의 심연까지 뚫고 내려가야 한다는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코프(ק)'의 숫자 값 100이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은 나이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인간적인 가능성이 완전히 끝난(기준선 아래로 내려간) 시점에 신의 거룩한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자신의 힘이 빠진 그 자리가 가장 거룩한 반전의 장소가 될 수 있다.
흉내 내는 거룩함의 위험성
우리는 '원숭이(Kof)'와 '거룩함(Qadosh)' 사이의 긴장 속에 살고 있다. 이 긴장을 놓치는 순간 우리는 쉽게 가짜 거룩함, 즉 모방의 함정에 빠진다.
'모방의 함정'이란 원숭이가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듯 남들이 정의해 놓은 성공 방식, 행복의 기준, 심지어 종교적인 열심까지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을 말한다. 내면의 깊은 성찰 없이 외부의 형식만 카피(Copy)하는 삶이다. 이것은 '거룩해 보이는 연극'일 뿐 진짜 거룩함이 아니다.
그렇다면, 거룩함의 본질(Separation)은 무엇일까? '카도쉬(거룩한)'의 원래 의미는 '구별됨(Separateness)'이다. 이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살되 세상의 저급한 가치관과 '구별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남들이 다 욕망을 향해 달려갈 때 멈춰 서는 것, 모두가 혐오를 말할 때 사랑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진짜 '카도쉬'다.

가장 낮은 곳을 끌어올리는 힘
그렇다면 어떻게 원숭이의 차원에서 거룩함의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그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코프(ק)의 저 아래로 뻗은 긴 꼬리에 있다.
진정한 거룩함은 우리의 어둡고 추한 부분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는 데서 시작된다. 당신의 내면 가장 깊은 곳,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욕망과 이기심이 있는 그 '기준선 아래'의 영역까지 거룩함의 빛을 끌고 내려가야 한다.
깨끗한 곳을 청소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청소부는 가장 더러운 하수구를 치우는 사람이다. '코프'의 삶은 우리의 동물적 본성마저도 영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려는 치열한 투쟁이다. 진흙탕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결코 진흙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처럼, 우리의 가장 낮은 본성까지도 거룩함의 도구로 탈바꿈시키는 '거룩한 연금술'이 필요하다.
당신의 꼬리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히브리어 열아홉 번째 글자 코프(ק)는 우리 앞에 두 갈래 길을 보여준다. 하나는 타인의 삶을 흉내 내며 본능에 충실한 '세련된 원숭이'로 사는 길이요, 다른 하나는 삶의 가장 낮은 자리까지 내려가 그곳을 변화시키는 '거룩한 존재'로 사는 길이다.
우리는 모두 기준선 아래로 뻗은 본능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꼬리가 당신을 타락의 심연으로 끌어내리는 닻이 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어두운 세상에 빛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이 되게 할 것인가이다.
당신은 진짜를 살고 있는가, 아니면 진짜 같은 가짜를 연기하고 있는가? 흉내 내기를 멈추고 본질을 추구하기 시작할 때, 당신 안에 잠들어 있던 '카도쉬'의 거룩한 유전자가 비로소 깨어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