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택가를 걷다 보면 외관이 거의 동일한 다층 주거 건물을 쉽게 마주친다.

벽돌 마감, 비슷한 창 구조, 층수와 평면까지 닮아 있어 대부분은 이를 한데 묶어 ‘빌라’나 ‘원룸 건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처럼 구분 없이 지나치기 쉬운 건물들이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체계를 갖고 있으며,
그 차이가 세금과 재산권, 임차인의 권리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동산 거래나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혼동되는 유형이 바로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이다.
두 유형은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법적 분류 기준은 명확하며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외형이나 내부 구조만으로 두 주택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단 위치, 복도 형태, 세대 구성만으로는 일반인은 물론 부동산 전문가조차 단정하기 어렵다.
실제 구분은 오직 공적 서류인 건축물대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건축물대장의 용도 항목에 단독주택으로 기재돼 있다면 다가구주택, 공동주택으로 분류돼 있다면 다세대주택이다.
이 한 줄의 표기가 이후 모든 법적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다가구주택은 법적으로 단독주택에 속한다.
여러 가구가 거주하더라도 건물 전체가 하나의 주택으로 취급된다.
소유권 역시 하나로 묶여 있어 각 호실을 따로 매각할 수 없다.
통상 원룸이나 상가주택 형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주택으로 사용하는 층수가 3층 이하이고, 주거 연면적이 660제곱미터 이하, 가구 수가 19가구 이하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으로 분류된다.
각 세대마다 구분등기가 가능하며, 호실별로 소유주가 다를 수 있다.
주택으로 사용하는 층수는 4층 이하로 제한되지만, 세대 수에는 별도의 상한이 없다.
외관은 다가구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법적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이 차이는 양도소득세 계산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다가구주택은 여러 세입자가 거주해도 하나의 주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 대상이 된다.
건물 전체를 매각하더라도 주택 한 채를 처분한 것으로 판단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세대주택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 호실이 독립된 주택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한 사람이 건물 전체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 수만큼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가 된다.
동일한 건물을 통째로 매각하더라도 세법상 여러 채의 주택을 동시에 처분한 것으로 간주돼 중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수억 원대의 세금 차이가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임차인에게도 이 구분은 중요하다.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가 하나의 부동산이므로 전입신고 시 지번까지만 정확히 기재해도 대항력 인정에 문제가 없다.
반면 다세대주택은 각 호실이 별도의 등기 대상이기 때문에,
동과 호수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으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전입신고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가 보증금 회수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흔히 사용되는 ‘빌라’라는 표현 역시 혼란을 키운다.
이는 건축법이나 부동산 관련 법령에 정의된 공식 명칭이 아니다.
주로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을 지칭하는 관행적 표현일 뿐이며, 법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계약서 작성이나 거래 상담 과정에서는 반드시 건축물대장상 정확한 주택 유형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요약하자면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은 외관이 아닌 법적 분류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가진다.
이 구분은 양도소득세 부담,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 소유권 이전 방식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이해는 불필요한 세금 부담과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된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선택의 기준은 더 이상 겉모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건축물대장에 기재된 한 줄의 용도가 수년간의 세금과 자산 가치를 결정한다.
다가구와 다세대의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전략적 자산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