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망상이라 불리던 고통, 캔버스 위에서 ‘예술’이라는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한마음의집 ‘딜루전(Delusion)의 미술’ 프로젝트 시작 –
정신적 고통을 겪는 당사자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언어로 설명하라는 사회의 요구는 또 다른 부담이 되곤 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혼란과 상처는 오히려 침묵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정신장애인의 내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내려는 시도가 시작된다.
정신재활시설 한마음의집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오는 2월 10일부터 3년간 중장기 미술치료 프로젝트 ‘딜루전(Delusion)의 미술’을 운영한다. 본 사업은 망상으로 불리던 정신장애인의 내적 경험을 예술적 표현으로 전환함으로써, 자기 이해와 회복을 돕고 지역사회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자 기획됐다.
‘딜루전(Delusion)’은 흔히 병리적 증상으로만 해석돼 왔지만, 한마음의집은 이를 당사자의 삶과 자아가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로 바라본다.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은 “정신질환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이들이, 이제는 붓을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자 한다”며 “이번 사업은 망상이라 불리던 경험을 예술이라는 언어로 재해석하는 치유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미술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내면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매개다. 색과 선, 형태를 활용한 표현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시각화하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마음의집 관계자는 “그림은 말보다 앞서 마음에 닿는 소통의 방식으로, 회원들이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이번 사업은 단발성 프로그램이 아닌 3개년 중장기 프로젝트로 운영된다. 첫해인 2026년에는 미술 활동에 대한 적응과 정서적 안정 형성을 중심으로 기반을 다지고, 이후 단계적으로 심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관계 회복과 자립 모델 구축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간이 정신병리 평가척도(BPRS) 등 객관적 지표를 활용해 참여자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오는 9월에는 본 사업의 중간 성과를 공유하는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참여자들은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 작품을 선보이며, 지역사회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갖게 된다. 한마음의집은 이번 전시가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완화하고, 당사자를 이웃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마음의집은 지난 30여 년간 정신장애인의 회복과 자립을 지원해 온 정신재활 전문기관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경험과 목소리가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회와 연결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