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주요 프로야구장에서 관람객이 자유롭게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수대가 단 한 곳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팬들은 이 같은 현실이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환경 문제라며, 구단과 지자체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
프로야구 관람이 일상적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기본적인 식수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야구팬 모임 ‘크보플(KBOFANS4PLANET)’이 전국 9개 야구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 관람객이 이용할 수 있는 음수대는 모든 구장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
2025년 하반기, 팬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해 진행된 이번 조사의 조사 대상은 10개 구단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는 9개 야구장이었으며, 음수대 설치 여부와 다회용컵 사용 현황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구장 내 음수 시설은 전무했고, 구단 공식 홈페이지나 안내물에서도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크보플은 이러한 현실이 팬들에게 ‘구조적 죄책감’을 안기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바로 친환경 관람을 실천하기 위해 텀블러를 지참해도 물을 보충할 수 없어 결국 생수를 구매하게 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야구팬은 서명 캠페인을 통해 “텀블러를 챙겨가도 물을 채울 곳이 없어 일회용 생수를 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 조사 결과, 구장 내 200여 개 음료 판매대 가운데 다회용컵을 사용하거나 혼용하는 매장은 전체의 약 20%에 불과했는데, 크보플은 이 같은 수치가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
보고서는 국내 야구장 환경을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례와 비교했다. MLB 구단 다수는 음수대 또는 물 리필 스테이션을 상시 운영하며,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위치 정보를 상세히 안내하고 있기에 크보플은 이를 두고 “관람객 편의 제공을 넘어 구단의 지속가능성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크보플은 ‘오야시스 프로젝트’를 통해 음수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캠페인에는 800명 이상의 야구팬이 참여했으며, 팬들은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환경을 외면할 수 없다”, “‘죽은 지구에 야구도 없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크보플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리필과 직접 음용이 가능한 음수대 도입 ▲어린이·교통약자를 고려한 접근성 설계 ▲전 매장 다회용컵 의무화 ▲위생 관리 강화와 정보 공개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요구는 서울환경연합을 통해 각 지자체와 프로야구 구단,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공식 전달됐다 .
크보플 측은 “야구장 쓰레기 문제를 더 이상 팬 개인의 의식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구단과 리그, 지자체가 인프라 개선으로 응답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