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되살려 유럽의 운명을 바꾼 상상의 힘
인공지능(AI)은 이제 그럴듯한 소설과 마법 같은 영상을 순식간에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AI가 만든 허구에는 종종 결정적인 한 끗이 빠져 있습니다. 바로 가짜 세계를 ‘진짜’로 믿게 하는 인간의 절실함과 지독할 만큼 구체적인 리얼리티입니다.

2022년 개봉된 존 매든 감독의 영화 〈민스미트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기만 공작 ‘Operation Mincemeat’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첩보 전쟁 영화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기만전술로 꼽히는 이 사건에서 영국 정보부는 나치에 맞서 유럽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가상의 스파이를 실제 인물처럼 조작합니다.
단순히 이름만 지은 게 아닙니다. 가족 관계, 친구 우정, 연애편지, 애인 사진, 학교, 취미까지 실재 인물의 일생을 통째로 설계하고 세밀한 증거를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이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치열한 상상력은 적을 완벽히 속여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투영한 허구, 그 안에서 만나는 진실
가장 흥미로운 건 주인공들의 ‘몰입’입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임무 속에서 네 명의 정보부원은 가상 인물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 상상력을 총동원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상형이나 숨겨둔 희망·그리움을 가상 인물에 투영하게 됩니다.
가상의 인물에 정교함이 더해질수록 주인공들도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듭니다. 전쟁 공포 속에서도 상상하는 동안만큼은 사랑의 온기를 나누고 추억 위에서 춤을 춥니다. 작가가 소설 속 주인공을 자식처럼 아끼듯, 그들은 작전을 위해 창조한 가상 인물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며 그의 죽음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합니다.
어쩌면 마법사와 드래곤이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설정보다, 이렇게 가상의 인물에 숨을 불어 넣어 현실처럼 살아나게 만드는 성실하고 치열한 리얼리티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겁니다.
인간이 상상할 자유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의 세계도 없이 현실만 남은 고단한 인생에서 복잡하고 통제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견뎌야 하는 디스토피아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상상은 단순한 도피가 아닙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사방이 막힌 감옥에서도 탈출을 꿈꾸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는 비밀 밀실이자, 답 없는 현실에서 나를 살리는 희망의 불빛이 되기도 합니다. AI가 내놓은 ‘불가능의 결론’보다 확실한 건, 불가능한 꿈에 눈물겨운 리얼리티를 더해 끝까지 밀어붙이는 인간의 의지입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이 일상의 현실을 악착같이 살아내는 인간다움은 따라올 수 없으니까요.
상상의 성전에 미리 꽃다발을 두는 마음
영화관을 나설 때마다 제 허구의 세상에 이런 리얼리티를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말도 안 된다고 치부하는 대신 꿈꾸는 세상을 향해 매일 땀과 눈물을 실어 나를 때의 즐거움은 비할 바가 없습니다.
저는 종종 아직은 멀기만 한 꿈이 다 이루어진 미래로 건너가 미리 기쁨의 꽃다발을 상상의 성전에 두고 옵니다. 그 진한 꽃향기를 물씬 맡을 때까지 열렬히 상상하며 걷는 오늘 하루가 쌓여 가슴 뛰는 삶으로 변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AI 시대에 마음껏 인간다워지는 가장 현실적인 노력이 아닐까요?
상상은 단순한 공상이 아닙니다. 허구에서 시작한 멀고 먼 이야기가, 어느 날 꿈이 아닌 손에 쥐어지는 현실이 되는 기적 같은 성공 스토리가 그 증거니까요.
그러니 The Imaginary Pocus 독자 여러분, 오늘 앞으로 내디딘 또 한 번의 발걸음이 얼마나 소중한 내일의 빛이 되는지 최선을 다해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