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시대이다.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고 찰나의 자극이 일상을 지배하는 2026년의 오늘, 우리는 정작 마음의 여백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The Imaginary Pocus는 창간 특집 기획 "OO을 사랑한 아티스트"의 여덟 번째 주인공으로 이 상실된 사유의 공간을 회화로 채워 넣는 ‘오리를 사랑한 아티스트’ 김미현 작가를 만났다.
그는 지각이 잠시 중단되는 의학적 현상인 ‘피크노랩시(Pyknolepsy)’에 주목하여,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순간들의 잔상을 캔버스 위에 시각화한다. 사회적 이슈의 무거움에서 출발해 ‘덕키(Duckie)’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하기까지의 예술적 여정을 들어보았다.

피크노랩시, 멈춤이 필요한 순간의 미학
김미현 작가의 예술적 정체성은 ‘결핍’이 아닌 ‘관찰’에서 시작된다. 5살 때부터 붓을 잡기 시작한 그는 그림을 잘 그렸던 삼촌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예술의 길로 들어섰다. 작가는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놓쳐버린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는 "무심코 지나친 순간들의 잔상을 시각화하여 사유의 여백을 회화로 채워간다"고 자신의 작업을 정의한다.
그의 작업 방식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작가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조율하며 가볍게 스케치한 형상을 실사화하거나 실제 풍경 속에 배치한다. 그러나 최종적인 표현은 철저히 회화적이다. 그는 유화라는 물성을 이용해 경계를 흐릿하게 표현함으로써 기억의 잔상을 소환하고, 오래된 필름이나 영상의 노이즈를 디지털 매체 없이 오직 붓과 물감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 뷰파인더라는 매체를 회화적 장치로 활용하는 것 또한 기억의 잔상을 소환하기 위한 그만의 독창적인 문법이다.
운명을 바꾸 작은 영웅, ‘덕키(Duckie)’의 탄생
김미현 작가의 초기 작업은 빠르게 망각되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무거운 주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비극으로 예견된 결말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작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바꿀 장치를 갈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오리 캐릭터, ‘덕키(Duckie)’이다. 덕키는 작가의 별명이자 페르소나로서, 신데렐라의 동화적 서사 속에 개입해 비극을 막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덕키는 단순한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다. 작가는 "덕키는 즉흥적으로 탄생한 형상이 아니라, 일상의 상징적 구조들 속에서 점진적으로 축적된 스토리텔링을 통해 내면의 여행을 위해 필연적으로 등장한 존재"라고 설명한다. 덕키의 등장은, 이 거대한 사회 속에서 작고 하찮은 존재가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되었다. 덕키의 등장으로 비극으로 흐르던 이야기의 흐름은 바뀌었다.
작업 속에서 덕키와 완벽하게 교감하는 순간은, 사람들의 차가운 스테레오타입과 거친 세계 속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어두운 이면 앞에서 이 작업이 작은 이정표가 되어 줄 때 찾아온다. 그때 우리는 더 이상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남은 자이고, 남을 자이며, 남는 자이고, 남길 자라는 정체성을 회복한다. 그 정체성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 순간, 덕키와의 교감 역시 온전히 회복되고, 우리는 덕키와 함께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아 나서게 된다. 만약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것은 단순한 교감을 넘어 하나의 인생의 여정이 완성되는 순간일 것이다.

김미현 작가의 인생작(Life Works) 3선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예술적 변곡점을 보여주는 세 가지 대표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작품은 <소녀들의 꿈 (2021)>이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던 초기 작업의 대표작으로, 어른들이 쳐 놓은 덫에 걸리지 않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소녀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사회의 미래와 후대를 위한 작업'의 시작점을 알리는 중요한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은 <오리야 너에겐 날개가 있어! (2025)>이다. 이 작품에서 덕키는 원래 날지 못하는 오리지만, 작가의 개입을 통해 날아오른다. 이는 우리 모두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이야기의 흐름이 전환되는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한 것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응축되어 있다.
세 번째 작품은 <The Escape Room: Prelude (더 이스케이프 룸 : 프렐류드)>이다. 덕키가 내면의 여행을 위해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묘사한 이 작품은, 김미현 작가가 앞으로 전개할 새로운 시리즈의 서막을 알린다. 외부의 서사에서 내면의 깊이 있는 이야기로 확장되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끝없는 확장과 2026년의 비전
김미현 작가는 2022년 태곳미술관에서의 첫 개인전 'Rising Star'를 시작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지난 2024년은 mbn‘화100’에서 화가 100명 중 9명 안에 남으며 록커 김종서의 앨범커버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25년 또한 작가에게 있어 대중성을 입증받은 한 해였다.
3월 크링 갤러리에서의 'Cinderella's dream' 초대 개인전에서 5점, 7월 갤러리 유피에서의 'PLATFORM 6 1/2' 전시에서 4점, 11월 성수 팝업 전시‘에필로고스‘에서 오리에디선 9점 완판 포함 총 12점의 작품이 판매되며 컬렉터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미국의 3대 아트플랫폼인 ’사치아트’에서 그림이 판매되면서 오는 3월에는 큐레이터가 소개하는 기획전에 소대될 예정이다.
현재 2026년 2월, 작가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에 시작된 서울 마곡에 위치한 ArtNGallery 개관전에서는 오리와 함께 현실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신데렐라의 모습을 담은 신작을 선보여 호평받고 있다. 이 전시는 현재 2월 8일까지 진행된다.
작가는 이 전시의 관전 포인트로 "오리와 함께 현실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신데렐라의 모습"을 꼽았다. 이는 힘들고 지친 일상에서 삶의 방향을 전환해 줄 오리를 만나 우리 또한 잔잔한 행복을 누리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작품의 제목과 연계하여 감상할 때 그 메시지가 더욱 깊게 다가온다.
이어지는 5월 1일부터 7월 4일까지는 그랜드워커힐 서울 빛의 라운지에서 신데렐라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일 초대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오는 8월에는 엘핀 아트큐브에서 덕키의 내면 이야기를 다룬 새로운 시리즈를 공개할 계획이다.

세상을 살리는 상상, 어둠을 가르는 찬란한 이정표
그렇다면 작가에게 있어 '상상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김미현 작가는 "상상은 어떤 상상을 하느냐에 따라 흘러가는 방향이 달라진다"고 운을 뗐다.
"세상을 살리고자 하는 상상을 하면 작업도 그에 맞게 나옵니다. 현재 저의 작업 방향도 그렇게 흐르고 있고요. 평범함 속에서는 작은 빛이 가치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이 작은 빛조차 찬란하게 빛납니다."
그의 답변에서 알 수 있듯, 김미현의 작품은 단순한 몽상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어두운 이면에서 잃어버린 길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작가가 치열한 상상으로 빚어낸 따뜻한 이정표이다. 인터뷰 말미, 작가는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우리 인생의 여정 자체가 이미 예술입니다. 누군가처럼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고, 방향이 명확하지 않아도 그 과정 모두가 작품이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이 향하는 대로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김미현 작가의 캔버스 안에서 '덕키'를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깨닫는다. 우리의 삶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내 안의 작은 오리가 이미 날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가올 5월의 개인전에서 더욱 깊어질 그의 작품 세계가 우리에게 건넬 위로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아티스트 소개: 김미현]
대학원에서 회화를, 학부에서 금속·섬유공예를 전공하며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각이 일시 중단되는 ‘피크노랩시(Pyknolepsy)’ 현상에 주목, 찰나의 잔상을 통해 사유의 여백을 캔버스에 채운다. 페르소나 ‘오리(Duckie)’를 통해 비극적 서사를 희망으로 전환하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구축했다. 2022년 첫 개인전 이후 2025년 다수의 작품이 소장되며 대중성을 입증했고, 2026년 5월 그랜드워커힐 서울 및 8월 엘핀 아트큐브 초대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완벽한 어둠 속 작은 빛의 찬란함"을 전하며, 잃어버린 길을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The Pocus Archive: 아티스트 아카이브 – OO을 사랑한 아티스트]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상상의 힘에 있다. 본지 The Imaginary Pocus는 창간을 맞이하여 기술만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과 상상 세계를 지켜가는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연재 시리즈 [OO을 사랑한 아티스트]를 선보인다. The Pocus Archive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가치를 사랑하며 자신의 원하는 미래를 실현하는 아티스트들을 엄선하여 기록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