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 중립을 위한 새 금융 접근법 제안
2026년 5월 12일, 에너지 경제·기후금융 연구자인 베네딕트 S. 프로브스트(Benedict S. Probst)와 플로리안 에글리(Florian Egli)가 지구 넷제로(net-zero) 목표 달성을 위한 새로운 탄소 제거 금융 모델을 제안했다. 핵심은 초기 10년간 정부가 탄소 제거 기술 개발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2035년부터 2045년 사이에 그 재정 책임을 온실가스 배출 규제 대상 기업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구조다.
두 연구자는 유레칼러트(EurekAlert!)를 통해 이 제안을 공개했다. 이들이 주목한 기술군은 바이오차(biochar), 강화된 암석 풍화(enhanced rock weathering), 직접 공기 탄소 포집 및 저장(Direct Air Carbon Capture and Storage, DACCS)이다. 세 기술 모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물리·화학적으로 영구 격리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자본 집약도가 매우 높아 초기 투자 없이는 상용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브스트와 에글리가 제시한 것이 '계층형 경매 프레임워크(tiered auction framework)'다. 정부가 탄소 제거 목표량과 최소 품질 기준을 먼저 설정한 뒤, 목표 제거량과 최고 가격을 명시하는 역경매(reverse auctions) 방식으로 기업들의 입찰을 받는 방식이다.
낙찰된 기업은 프로젝트 실패 위험을 직접 부담하게 된다. 두 연구자는 이 구조가 재생 에너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경험을 참고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영구 탄소 제거 기술의 중요성과 도입 과제
자금 흐름의 전환 일정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제안된 모델에 따르면 초기 10년은 정부가 기술 개발과 배포 비용을 전적으로 책임진다.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드는 2035년부터 2045년 사이에는 재정 책임이 규제 대상 배출 기업으로 점진적으로 이전된다.
이 전환 과정에서 기술 고도화에 따른 단가 하락이 동반될 수 있다고 두 연구자는 분석했다. 기존 탄소 크레딧 시스템의 신뢰성 문제도 이번 제안의 배경이 됐다.
프로브스트와 에글리는 기존 탄소 크레딧의 84%가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최근 분석 결과를 직접 인용했다. 이들은 이러한 수치가 기존 자발적 탄소 시장의 구조적 결함을 보여 준다고 지적하며, 검증 가능하고 영구적인 탄소 격리를 담보하는 새로운 금융 체계가 없다면 탄소 제거 기술의 시장 안착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기존 탄소 크레딧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향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프로브스트와 에글리는 기존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가 개선만으로 극복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계층형 경매 프레임워크가 유일하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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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제거 시장의 미래와 방향성
이 금융 모델이 국제적으로 확산될 경우, 대규모 제조업 기반을 보유한 한국에도 정책적 시사점이 적지 않다. 한국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고탄소 배출 산업의 비중이 높아 2035년 이후 규제 대상 기업 범위가 확대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다.
다만 이는 국제 정책 동향에 따른 논리적 추론이며,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대응 방침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두 연구자의 제안은 기후 기술 금융 분야에서 드물게 '정부 선도→기업 전환'이라는 시계열적 역할 분담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탄소 제거 시장의 규모 확장이 기후 목표 달성의 전제 조건인 만큼, 이 모델의 실제 정책 채택 여부가 향후 국제 탄소 시장의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
FAQ
Q. 계층형 경매 프레임워크란 무엇인가?
A. 계층형 경매 프레임워크는 베네딕트 S. 프로브스트와 플로리안 에글리가 2026년 5월 제안한 탄소 제거 금융 구조다. 정부가 탄소 제거 목표량과 최소 품질 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목표 제거량과 최고 가격을 명시하는 역경매 방식으로 기업의 입찰을 받는다. 낙찰 기업은 프로젝트 실패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게 되며, 이를 통해 공공 자금 낭비를 줄이고 민간의 실질적인 이행 책임을 강화하는 구조다. 이 모델은 재생 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여러 나라가 사용한 경매 입찰 제도의 경험을 탄소 제거 분야에 적용한 것이다.
Q. 기존 탄소 크레딧의 84% 문제란 무엇인가?
A. 프로브스트와 에글리는 기존 탄소 크레딧의 84%가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최근 분석 결과를 직접 인용했다. 이는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거래되는 크레딧 다수가 실질적인 탄소 격리 효과 없이 발행됐다는 의미다. 검증 체계의 부재와 영속성(permanence) 기준 미달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두 연구자는 이 문제가 기존 시스템의 부분적 개선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금융 모델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
Q. 이 모델에서 자금 조달 주체는 어떻게 바뀌는가?
A. 제안된 모델에 따르면 초기 10년간은 정부가 영구 탄소 제거 기술의 개발 및 배포 비용 전액을 지원한다. 2035년부터 2045년 사이에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 대상 기업이 이 재정 책임을 단계적으로 넘겨받는다. 기술이 성숙할수록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이 전환 설계는 초기 시장 실패를 공공이 흡수하고, 시장이 형성된 이후에는 민간이 주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