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치료일기] “힘든 날에는 울어도 괜찮아요”…직장암 치료 중에도 놓지 않은 다온님의 다짐

오래 이어진 장염 증상에서 시작된 검사, 항암과 수술 그리고 다시 시작된 치료…“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우리 같이 가요”

치료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금 고민했다. 그래도 그냥 편하게, 내 스타일대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장염이 오래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증상이 낫지 않으니 다른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당시는 의료대란으로 병원 예약이 쉽지 않았다.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으려면 기본으로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행히 한 병원에서 바로 다음 날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병원을 찾았다.

 

증상을 설명하면서 4개월 전 유산으로 소파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당시와 겹치는 증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두 번의 유산을 겪은 나는 그때의 몸 상태와 지금의 증상을 연결해 생각했다. 다른 병이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은 직장내시경과 피검사, 복부 CT를 해보자고 하셨다.

모두 내게는 낯선 검사였다.

 

직장내시경을 받는 동안 의사 선생님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셨다. 하지만 내게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으니 막연히 무서웠다.

 

복부 CT에 이어 폐 CT까지 추가로 찍게 되면서 불안은 더 커졌다.

검사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는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내일 보호자분과 같이 오세요.”

 

“뭐 안 좋은 건가요?”

 

“아니에요. 다 그렇게 말씀드려요.”

 

그렇게 들었지만 마음은 놓이지 않았다.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다음 날 함께 병원으로 갔다.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은 암이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무언가에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당시 내 머릿속에서 암은 곧 죽음과 연결되는 무서운 말이었다. 직장암이라는 이름도 그때 처음 들었다.

 

그래서 바로 물었다.

 

“저, 그럼 죽어요?”

 

의사 선생님은 당황하시며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신기하게도 진료실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을 나오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한쪽에 앉아 울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분이 화장지를 건네며 힘내라고 해주셨다.

그때의 위로가 참 고마웠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남편에게 아직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니 미리 걱정하지 말자고 했다. 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때였다. 조직검사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고만 생각했다.

 

결과를 확인한 뒤에는 마음을 조금 다르게 먹었다.

‘죽는 건 아니라고 하셨으니까, 내가 이겨내면 되겠네.’

 

처음 진료받은 병원에서는 그곳에서 치료해도 되고, 다른 병원으로 가도 된다고 했다. 원하면 의뢰서도 써주겠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검색창에 직장암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아보고, 교수님을 알아보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부산과 인근 지역의 여러 병원에 예약했다. 사정상 가지 못한 곳도 있었지만, 여러 병원을 다니며 의견을 들었다.

 

처음에는 어느 병원에서든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병원마다 설명이 조금씩 달랐다.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서울병원 김희철 교수님 진료를 받으면서였다.

교수님은 자료를 보시더니 물으셨다.

 

“병원, 여기 처음은 아니죠?”

 

그동안 여러 병원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하나하나 정리해 설명해주셨고, 그제야 치료 방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말씀드렸다.

 

“그럼 저 부산에서 항암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게 치료를 시작할 방향을 정했다.

나는 두 번의 유산으로 세 아이를 임신 초기에 잃었다. 그 시간을 지나고 또다시 큰일을 마주하게 됐다.

그래도 가족들에게 말했다.

 

“나, 이 나쁜 암이랑 싸워서 꼭 이겨낼 거야.”

 

남편에게도, 친정 식구들에게도, 시댁 식구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냥 무조건 이겨내겠다고 했다.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항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지금은 환우 대화방에서 질문하고 공부하는 분들을 보며 ‘나는 왜 처음에 이런 곳을 찾아볼 생각을 못 했을까’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많이 몰랐기에 덜 두려웠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항암을 시작하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속이 메스꺼운 증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호중구 수치가 떨어졌고, 치료가 일주일씩 미뤄지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약이 잘 들어 수술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5월에 시작한 항암치료는 10월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도 내가 끝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 하나 있었다.

삭발이었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해 중단발로 잘랐다. 그 뒤에도 계속 빠져 결국 가발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도 삭발만큼은 할 수 없었다. 내게는 끝까지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문제였다.

 

수술 이야기가 나오자 삼성서울병원 김희철 교수님 진료를 급히 예약했다. 처음부터 수술은 서울에서, 교수님께 받고 싶었다.

하지만 수술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교수님은 내 상황에서는 수술을 기다리기 위해 항암을 다시 이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셨다. 부산에서도 충분히 수술받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받았다.

수술은 잘 끝났다. 이후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수술 전 항암과 수술 후 항암은 내게 너무나 다르게 느껴졌다.

이렇게 힘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첫 치료부터 구토가 심해 끝까지 이어가기 어려웠다.

 

수술 전에는 항암을 중단한 적이 없었지만, 수술 후에는 치료 도중 중단한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담당 교수님과 상의해 결정했다.

 

그렇게 치료를 이어가다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다.

“2026년에는 이제 추적검사만 하면 됩니다.”

 

정말 기뻤다.

이제 나도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치료에 마지막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조금씩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다시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정말 싫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떤 과정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알고 있었다. 몸이 얼마나 힘든지, 치료 후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기에 다시 시작한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가장 힘들었다.

치료를 이어오며 다른 의료진의 의견을 들어보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른바 ‘크로스체크’, 다른 병원에서 의견을 구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지금은 내 치료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질문하고, 필요할 때 다른 의견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어느 병원이 맞고 틀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내 몸과 치료에 대해 내가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식사는 나름대로 편하게 이어갔다.

 

항암 중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내 기준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한 음식은 피하려 했지만,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대체로 먹었다.

 

먹는 것에 큰 불편은 없었고, 식단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았다.

운동은 조금 다른 문제였다.

 

원래 운동을 하던 사람이어서 운동 자체가 낯설지는 않았다. 다만 늘 센터에서 운동하다가 탈모 때문에 운동하는 방식과 장소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다.

 

밖에서 운동하거나 집에서 운동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운동기구가 하나씩 늘어났다. 중고거래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운동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 공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보다 많이 알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내 마음속 다짐은 같다.

 

‘나는 이겨낼 거야.’

사람들은 내게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유산을 겪은 뒤 마음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큰 슬픔을 지나고 나니 다른 일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졌다.

그렇다고 언제나 씩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막상 내 앞에 일이 닥치면, 어떻게든 다음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암으로 치료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처음부터 널리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아는 분들은 “저라면 못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겪게 되면 또 어떻게든 해내게 된다. 나도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내 글을 읽는 환우분들께 이야기하고 싶다.

오랫동안 치료를 이어온 분도,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한 분도 계실 것이다. 지금 너무 힘들고 무서울 수도 있다.

 

힘든 날에는 힘들어해도 괜찮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괜찮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우리 같이 갔으면 좋겠다.

 

언젠가 지금을 돌아보며 “나, 정말 잘 버텼다”고 말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그날을 바라본다.

우리 모두 건강한 꽃길을 오래오래 걸어갈 수 있기를.

아자, 아자. 힘내보자.


 

※ 이 글은 대장암 환우 카페 ‘암행권’ 회원 다온님의 치료일기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치료 경과와 의료진의 설명은 원문 작성 당시 글쓴이의 경험을 기준으로 하며, 치료 과정과 회복 경과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작성 2026.10.20 13:40 수정 2026.10.2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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