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감소·굽은 등·새로운 허리 통증, 놓치기 쉬운 척추 골절의 경고 신호
이미 골절됐다면 추가 골절 위험도 평가해야…조기 발견과 예방 중요
넘어지거나 큰 사고를 당한 기억이 없는데도 척추뼈가 부러질 수 있을까.
골다공증이 있는 고령자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뼈가 약해지면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숙이는 일상적인 동작에서도 척추뼈가 주저앉는 압박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골절이 항상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통증이 가볍거나 거의 없어 골절이 발생한 사실을 모른 채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살펴야 할 변화 가운데 하나가 키 감소다.
젊을 때보다 키가 눈에 띄게 줄거나 등이 점점 굽는다면 단순한 노화뿐 아니라 척추 압박골절 가능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제골다공증재단(IOF)은 골다공증성 척추 골절이 충분히 진단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척추 골절 가운데 임상적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약 3분의 1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도 널리 인용된다.
다만 이는 국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수치로, 국내 고령자의 최신 미진단 비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넘어지지 않아도 척추뼈가 주저앉는다…압박골절의 특징
척추는 여러 개의 척추뼈가 차례로 쌓여 몸을 지탱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척추뼈의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을 척추체라고 한다.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골절은 뼈의 강도가 약해진 상태에서 척추체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지거나 높이가 줄어드는 골절이다.
교통사고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처럼 큰 충격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골다공증이 심하면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숙이는 동작, 가벼운 충격 등으로도 골절이 생길 수 있다. 일부 환자는 골절이 발생한 계기를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압박골절이 생기면 갑자기 등이나 허리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서 있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고 누워서 쉬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기존의 허리 통증과 구분되지 않아 진단을 놓칠 수 있다.
특히 여러 척추뼈에 골절이 반복되면 척추의 높이가 줄어들면서 키가 작아지고 등이 앞으로 굽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국제골다공증재단은 척추 골절의 주요 신호로 등 통증과 키 감소를 제시하고, 영상검사를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키가 줄었다면 왜 척추 골절을 의심해야 할까
나이가 들면서 키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척추 사이의 추간판이 변하거나 자세가 달라지고,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면서 신장이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키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척추 골절을 진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골절이 발생하면 척추체의 높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신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여러 척추뼈에 압박골절이 발생하거나 기존 골절로 척추의 변형이 진행되면 키 감소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국제임상골밀도학회(ISCD)의 2023년 공식 권고안은 골밀도 T점수가 -1.0 미만이면서 특정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척추 영상검사를 권고한다.
그 위험요인에는 과거 성인기 키와 비교해 4cm를 초과하는 신장 감소가 포함된다.
여성 70세 이상, 남성 80세 이상, 확인되지 않은 과거 척추 골절 이력, 일정 기간 이상의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도 해당한다.
여기서 4cm는 골절을 확진하는 기준이 아니라 영상검사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다.
미국 골다공증재단(BHOF)의 임상지침은 폐경 후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에서 과거 키와 비교해 약 3.8cm 이상 줄었거나, 추적 측정 중 약 2cm 이상 줄어든 경우에도 척추 영상검사를 고려하도록 제시한다.
두 기준은 서로 다른 상황을 평가한다.
하나는 젊을 때의 키와 현재 키를 비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기적으로 측정한 키가 이전보다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키가 4cm보다 적게 줄었더라도 새로운 등·허리 통증이나 굽은 자세, 골다공증 등 다른 위험요인이 있다면 진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키가 4cm 이상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척추 골절이 있다는 뜻도 아니다.
골밀도검사 정상에 가까워도 척추 골절이 있을 수 있다
골다공증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검사는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을 이용한 골밀도검사다.
골밀도검사는 뼈에 포함된 무기질의 양을 측정해 골다공증 여부와 골절 위험을 평가하는 데 사용한다.
폐경 후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의 골밀도 평가에서는 일반적으로 T점수를 활용한다.
요추나 고관절 등에서 T점수가 -2.5 이하이면 골다공증에 해당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골밀도 수치만으로 실제 골절 위험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나이와 과거 골절 여부, 스테로이드 사용, 동반 질환 등도 골절 위험에 영향을 준다. 골밀도가 골다공증 진단 기준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취약성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골밀도검사는 뼈의 밀도를 평가하는 검사이지, 척추뼈가 이미 부러졌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는 아니다.
척추 압박골절이 의심된다면 골밀도검사와 별도로 척추 영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고령자는 척추의 퇴행성 변화나 석회화 등으로 요추 골밀도 측정값이 실제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대한폐경학회의 2024년 골다공증 진료지침도 골절과 퇴행성 변화, 골극 등으로 영향을 받은 척추뼈는 골밀도 평가에서 제외하는 등 결과 해석에 주의하도록 설명한다.
따라서 골밀도 수치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척추 골절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척추 골절은 어떤 검사로 확인할까…X선과 VFA의 차이
척추 압박골절이 의심될 때는 진찰과 함께 영상검사로 척추뼈의 형태를 확인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흉추와 요추의 X선 검사다. 척추뼈의 높이가 줄었는지, 쐐기 모양으로 변형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골밀도검사 장비를 활용하는 '척추골절평가검사(VFA)'도 있다.
VFA는 DXA 장비를 이용해 척추의 측면 영상을 촬영하고, 압박골절이나 척추체 변형 여부를 평가하는 검사다.
골밀도검사와 같은 장비를 이용할 수 있고 방사선 노출이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VFA는 일반 X선 검사보다 영상 해상도가 낮고, 일부 척추 부위는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골절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다른 질환이 의심된다면 추가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자기공명영상(MRI)은 골절이 최근 발생한 것인지, 신경 압박이 있는지, 종양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압박골절 환자에게 MRI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국제임상골밀도학회는 VFA에서 골절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악성질환과 관련된 척추 변형 등이 의심되는 경우 추가 영상검사를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검사 결과에서 척추뼈의 높이가 줄어든 소견이 확인되더라도 모두 골다공증성 골절은 아니다. 퇴행성 변화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형과 구분해야 한다.
다른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된 척추 골절도 놓치지 말아야
척추 압박골절은 척추 검사를 목적으로 촬영하지 않은 영상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흉부 X선이나 흉부·복부 CT를 촬영했을 때 영상에 포함된 척추뼈에서 높이 감소나 변형이 관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검사는 척추 골절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검사가 아니므로 모든 척추 부위를 충분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영상 판독 결과에 '척추체 압박 변형'이나 '압박골절 의심' 등의 소견이 있다면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기지 말고 추가 평가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과거 골절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고령자에게는 기존 영상자료가 진단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국제골다공증재단은 척추 골절의 발견과 평가에 X선, VFA, CT, MRI 등 다양한 영상검사가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골절 위험은 어떻게 평가할까…골밀도와 과거 골절 이력 함께 확인
골다공증성 골절 위험을 평가할 때는 골밀도 수치뿐 아니라 여러 위험요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
대표적인 위험요인은 나이, 과거 취약성 골절 여부, 부모의 고관절 골절 이력, 흡연, 스테로이드 사용, 류마티스관절염, 일부 동반 질환 등이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도구 가운데 하나가 'FRAX'다.
FRAX는 연령과 성별, 체중, 키, 과거 골절 이력 등의 정보를 이용해 앞으로 10년 동안 주요 골다공증성 골절과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확률을 추정한다. 필요한 경우 대퇴골 경부 골밀도도 계산에 반영할 수 있다.
국가별 역학자료를 반영하는 평가모형이 마련돼 있어 국내에서는 한국에 해당하는 모형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FRAX는 현재 척추에 골절이 있는지 진단하는 검사가 아니다. 앞으로 발생할 골절 위험을 추정하는 도구다.
또한 낙상 횟수나 골절의 최근 발생 시점, 골절의 개수와 심한 정도 등이 기본 계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FRAX 결과만으로 검사나 치료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미 척추 압박골절이 확인된 사람은 향후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골밀도 수치와 별개로 치료 필요성을 평가해야 한다.
미국 골다공증재단의 임상지침은 척추 골절이 골다공증 진단과 치료 결정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고령자와 가족이 확인할 다섯 가지 변화
고령자의 미진단 척추 골절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일상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째, 과거보다 키가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한다.
젊을 때의 키와 현재 키를 비교하고, 최근 건강검진 기록이 있다면 연도별 변화를 살펴본다.
둘째, 등이 점점 굽거나 자세가 달라졌는지 확인한다.
이전보다 허리가 굽고 몸을 곧게 펴기 어려워졌다면 척추의 변형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새롭게 발생한 등이나 허리 통증을 확인한다.
큰 사고가 없었더라도 갑작스러운 통증이 생기거나 통증이 지속된다면 골절을 포함한 원인을 평가해야 한다.
넷째, 과거에 가벼운 충격으로 뼈가 부러진 경험이 있는지 확인한다.
손목이나 고관절 등에서 취약성 골절이 발생한 이력은 향후 골절 위험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정보다.
다섯째, 골다공증과 관련된 위험요인을 살펴본다.
고령, 낮은 골밀도,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 등은 척추 골절 가능성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키는 가능하면 같은 측정 방법으로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하루 중 측정 시점이나 자세에 따라서도 조금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한 번의 측정값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심한 등·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떨어지고, 소변이나 대변을 조절하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경 손상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골절 발견 후에는 재골절 예방까지 연결해야
척추 압박골절이 확인되면 골절의 발생 시기와 정도, 통증, 신경 증상, 골다공증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통증 조절과 일상활동 조정, 필요에 따른 보조기 사용 등이 고려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게는 추가적인 시술이나 수술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척추 골절의 통증이 줄었다고 해서 골다공증 관리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발생한 척추 골절은 향후 다른 척추 골절이나 고관절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 신호다.
따라서 골절 자체의 치료와 함께 골다공증 약물치료 필요성, 영양 상태, 근력과 균형 능력, 낙상 위험을 확인해야 한다.
운동 역시 중요하지만, 최근 골절이 발생했거나 심한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은 척추에 무리한 압력을 가하는 동작을 피하고 안전한 운동 범위를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낙상 예방을 위해서는 집 안의 미끄러운 바닥과 장애물을 정리하고, 야간 조명을 확보하며, 시력과 복용 약물 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 골다공증재단의 임상지침은 골다공증성 골절 예방을 위해 약물치료뿐 아니라 적절한 영양 섭취, 근력·균형 운동, 낙상 예방 등을 함께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줄어든 키를 단순한 노화로만 넘기지 말아야
나이가 들면서 키가 줄어드는 현상 자체가 모두 질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눈에 띄는 신장 감소와 굽은 자세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척추 압박골절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골다공증성 척추 골절은 큰 사고나 뚜렷한 낙상 경험 없이도 발생할 수 있으며, 통증이 거의 없어 진단되지 않은 채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고령자는 골밀도 수치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보다 키가 얼마나 줄었는지, 척추의 모양이 달라졌는지, 새로운 등·허리 통증이 발생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척추 X선이나 척추골절평가검사로 골절 여부를 확인하고, 골밀도검사와 FRAX 등으로 향후 골절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미 척추 골절이 발생했다면 통증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관리를 끝내지 말고, 추가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평가와 치료로 연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키가 줄었다고 곧바로 골절을 의심해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