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활정보 심층분석] “종이컵 커피에서 발암물질?”…미세플라스틱 검출과 암 위험은 구분해야

뜨거운 물 담은 종이컵에서 미세입자 방출 보고…실험 결과의 일반화는 주의

FDA, 식품에서 검출된 미세·나노플라스틱 수준의 인체 위해성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

일회용 컵은 용도에 맞게 사용…용기와 별개로 지나치게 뜨거운 음료 피해야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불안의 대상이 됐다.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담으면 코팅에서 미세플라스틱과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다. 그러나 일부 실험에서 입자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곧바로 ‘종이컵 커피가 암을 일으킨다’는 결론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물질의 검출, 실제 섭취량, 인체에서 발생하는 건강 영향은 각각 확인해야 할 문제다.

 

논란의 배경에는 종이컵의 구조가 있다. 종이컵은 액체가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안쪽에 얇은 방수막을 입힌다. 흔히 쓰이는 소재가 폴리에틸렌(PE)이며, 제품에 따라 다른 코팅이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종이컵이라는 이름만으로 음료와 닿는 면까지 종이로만 구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뜨거운 물과 접촉한 종이컵에서 미세입자가 방출됐다고 보고한 연구가 있다. 2021년 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실린 Ranjan 등의 연구는 플라스틱 필름으로 코팅된 종이컵에 85~90℃의 물을 15분간 담아둔 뒤 물로 이동한 입자와 물질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해당 실험 조건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와 일부 이온성 물질 등의 방출을 보고했다. 다만 이는 종이컵 사용자의 암 발생을 추적한 연구가 아니다. PubMed

 

이 결과를 모든 종이컵과 실제 커피 섭취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컵의 코팅과 제조 상태, 담는 액체, 온도와 접촉 시간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정 실험에서 나온 입자 수만으로 매일 마시는 커피의 노출량이나 암 위험을 계산할 수는 없다.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방출과 발암성 화학물질의 용출도 같은 현상은 아니다.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오는 것과 특정 화학물질이 음료로 이동하는 것은 구분해 분석해야 한다.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보도하려면 어떤 물질이 얼마나 검출됐는지, 실제 섭취 조건에서 건강에 영향을 줄 수준인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입자 검출만으로 컵 전체를 ‘발암물질 덩어리’로 표현하는 것은 근거를 넘어선 해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재 식품에서 검출되는 미세·나노플라스틱 수준이 인체 건강에 위험을 준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잠재적인 건강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이는 위험이 확인됐다는 뜻도, 모든 노출 조건에서 무해함이 입증됐다는 뜻도 아니다. FDA

 

측정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FDA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의 검출과 정량, 특성 분석 방법이 충분히 표준화되지 않아 연구 간 비교와 위해성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22년 식품·물·공기를 통한 노출과 건강 영향을 검토하면서, 현재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 과제를 제시했다. FDA

 

따라서 가끔 종이컵으로 커피를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암 발생을 걱정하거나, 과거의 컵 사용을 개인의 암 원인으로 지목할 근거는 없다. 반면 일회용품 사용과 불필요한 노출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머그컵이나 개인 컵을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컵을 바꾸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효과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종이컵을 사용할 때는 제품에 표시된 용도와 주의사항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다. 일회용 제품을 반복해서 세척·재사용하거나,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가열하는 방식은 피하는 편이 좋다. 개인 컵 역시 재질에 맞게 관리하고, 뚜껑과 패킹까지 깨끗하게 세척해 충분히 말려야 한다.

 

용기 논란과 별도로 살펴야 할 것은 마시는 순간의 온도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6년 ‘65℃를 넘는 매우 뜨거운 음료를 마시는 행위’를 인체 발암 추정 요인인 2A군으로 분류했다. 이는 종이컵 코팅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음료의 높은 온도와 식도암의 연관성에 관한 판단이다. 머그컵을 사용하더라도 데일 정도로 뜨거운 음료를 서둘러 삼키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iarc.who.int

 

종이컵 연구를 읽을 때 필요한 것은 검출 사실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암 위험을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태도다. 생활에서는 제품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가능하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뜨거운 음료는 충분히 식혀 마시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작성 2026.10.23 09:02 수정 2026.10.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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