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이로하기자] 영화 ‘아이언맨’의 촬영감독 매슈 리바티크가 인공지능(AI)이 대규모 영화의 시각효과 제작에는 활용될 수 있지만, 배우가 관객과 맺는 관계까지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AI를 후반작업에 사용해 온 그는 기술의 편의성과 함께 일자리 감소, 창작물 모방 문제도 짚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리바티크는 스페인 마요르카의 에볼루션 마요르카 영화제에서 영화 제작과 AI에 관한 생각을 설명했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세 차례 오른 그는 이번 영화제의 시네마토그래피 아이콘상 수상자다. ‘블랙 스완’의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과 오랫동안 협업해 왔으며, 두 사람은 차기작 촬영에 앞서 AI를 시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리바티크는 마블과 DC처럼 기술 비중이 큰 대작을 만드는 제작사들이 시각효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AI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마블이 AI 배우를 사용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크리스 에번스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각자의 개성을 캐릭터에 불어넣었고, 관객은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를 AI 캐릭터가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2006년 영화 ‘300’을 오늘날 AI로 구현할 법한 작품의 사례로 들었다. 이 영화는 대형 창고에서 대부분 그린스크린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풍경 상당 부분을 디지털로 제작했다. 리바티크는 이를 비유적으로 초기 AI 영화에 빗대면서도, 그런 화면이 인간으로서 관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영화 전체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속도를 늦춰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AI 스튜디오 ‘프리모디얼 수프’를 설립하고 영화에서 기술을 활용할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 리바티크는 차기작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AI 적용 범위는 밝히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감독이 직접 장면을 구성하는 제작 방식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기존처럼 카메라를 사용한 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리바티크는 후반작업에서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화면의 눈부심을 보정하는 작업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작업 일부가 사라졌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이미 업계의 일부 업무가 해외 저임금 작업장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하면서, 기술이 언제부터 더 많은 사람을 대체하게 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스틴 옐린 감독의 단편 ‘굿바이 램비’에서는 실제 촬영과 AI 작업이 맞물리는 경험을 했다. 감독의 조각 작품 내부 세계를 AI로 표현한 이 영화에서 프롬프트 담당자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리바티크에게 실제 공간에 조명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하는 결과를 기계에 지시하는 것보다 지붕의 구멍에 조명을 놓는 편이 쉬웠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을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었기에 이 작품의 AI 활용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창작물의 참조 방식과 저작권에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리바티크는 자신의 촬영 스타일을 따르도록 지시해 만든 AI 영상을 두 차례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마다 감독의 비전과 이야기를 이해해 촬영하려는 자신의 작업을 하나의 고정된 스타일로 압축하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또 프롬프트를 누가 작성하고 어떤 취향으로 결과물을 판단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영화를 서로 다르게 만드는 요소로 인간의 선택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