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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폐쇄 외치지만, 이미 폐쇄된 거 아니었나

이미 닫힌 문을 또 닫았다 - 이란 호르무즈 ‘재봉쇄’에 숨은 역설

한 척당 200만 달러 통행료 - 봉쇄된 호르무즈의 은밀한 거래

“해법은 군사가 아니라 협상뿐” - 호르무즈 교착의 진짜 매듭, 레바논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닫았다고 선언했다. 모든 유조선과 상선의 통항을 막고, 지나려는 배는 포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순간 묘한 기시감이 밀려온다. 그 문은 이미 닫혀 있지 않았던가. 지난 2월 28일 전쟁이 터진 직후부터 이란은 이 바닷길을 여닫기를 거듭해 왔다. 닫고, 잠깐 열고, 다시 닫고. 하도 여러 번 쾅쾅 닫는 바람에 이제는 경첩이 헐거워진 문 같다. 그런 문을 또 한 번 닫겠다는 선언이 과연 무엇을 더 닫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작은 역설 속에 중동의 비극이 통째로 응축되어 있다.

 

호르무즈는 그저 좁은 물길이 아니다. 페르시아만의 산유국들이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다. 평시에는 이곳을 통해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20퍼센트가 실려 나간다. 하루 2천만 배럴의 원유가 이 길목을 지나고, 전쟁 전에는 매일 100척 안팎의 배가 오갔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 가느다란 줄 하나에 지구의 기름값과 수억 명의 밥상이 매달려 있다. 그러니 이란에 이 해협은 단순한 영토가 아니라, 협상장에서 쥘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패다.

 

시간을 거슬러 보면 이 패가 얼마나 변덕스럽게 쓰였는지 드러난다. 3월 2일,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고위 자문역 에브라힘 자바리가 해협이 닫혔다고 선포했다. 지나려는 배는 불태우겠다는 으름장과 함께였다. 그 한마디에 배럴당 65달러 안팎이던 국제 유가가 단숨에 100달러를 훌쩍 넘겼다. 말 한마디가 곧 돈이 되는 바다였다. 4월 8일 미국과 휴전에 합의하자 이란은 해협을 다시 열겠다 했고, 17일에는 실제로 몇 시간 동안 빗장을 풀었다. 그러나 미국이 4월 13일 이란 항구들을 봉쇄하자, 18일 이란은 또다시 문을 닫아걸었다. 열림과 닫힘이 외교의 카드처럼 손바닥 위에서 뒤집힌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 '닫힘'이 결코 완전한 닫힘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란은 3월 26일 국제해사기구 회원국들에 서한을 보내, 이란을 적대하지 않는 배라면 당국과 협의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다고 했다. 문이 잠긴 게 아니라 통행료를 받는 톨게이트로 바뀐 셈이다. 이란은 페르시아만 해협 관리청까지 세워 요금 체계를 운영했고, 한 척당 무려 200만 달러에 이르는 통행료를 매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값을 중국 위안화로 치른 배도 있었다. 말레이시아와 중국, 이집트, 한국, 인도의 배들이 그렇게 길을 텄다. 봉쇄라는 단호한 단어 뒤에서, 실제로는 은밀한 거래가 오갔던 것이다.

 

숫자는 한결 솔직하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2월 28일부터 4월 12일까지 279척이 이 해협을 통과했고, 또 다른 분석 업체는 최근 다섯 주 동안 80척이 넘는 상선이 지났다고 집계했다. 자동 식별 장치를 끈 채, 숨죽여 빠져나간 배도 60척이 넘는다. 물론 전쟁 전 하루 100척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바다가 완전히 죽지도, 완전히 살지도 못한 채 회색의 도박판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운이 좋으면 통과하고, 운이 나쁘면 표적이 된다. 실제로 이 기간 최소 22척이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도박판에서 끝내 사람이 죽었다. 6월 9일, 오만 앞바다의 유조선 세테벨로호가 미군의 정밀 폭격을 맞았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 배가 이란산 석유를 실어 나르며 봉쇄를 어겼고, 경고를 무시하자 엔진실을 정밀타격했다고 밝혔다. 그 배에는 인도 선원 24명이 타고 있었다. 21명은 구조됐으나 3명은 주검으로 돌아왔다. 인도 정부는 미국에 강하게 항의하며 외교관을 불러들였다. 지금 걸프 해역에는 1만 8천 명이 넘는 인도 선원이 일한다. 봉쇄니 통항이니 하는 차가운 단어들이, 불타는 기관실 속 한 사람의 마지막 숨결로 번역되는 순간이다. 정책 보고서의 한 줄과 바다 위 시신 한 구 사이의 거리는 그토록 아득하고도 가깝다.

 

이번 재봉쇄의 방아쇠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진 미국의 공습이다. 월요일 호르무즈 상공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가 추락하자—이란은 고의 격추를 부인했다—미국은 이를 '자위권'과 '비례적 대응'이라고 규정하면서 보복에 나섰다. 화요일에는 반다르압바스와 케슘 섬에서 폭발이 일었고, 남부 시리크의 식수 저수조가 부서져 2만 명이 물을 잃었다. 혁명수비대는 바레인의 미 5함대와 요르단·쿠웨이트의 미군 자산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로 응수했다. 요르단은 미사일 다섯 발을 격추했다 밝혔고, 바레인에는 공습경보가 울렸다. 국방장관 헤그세스는 핵심 시설을 때리겠다 했고, 트럼프는 "그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란 외무부는 이 공격으로 휴전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한결같이 어둡다. 브뤼셀의 군사 분석가 일라이저 마니에는 이 주고받기식 공방이 오판의 위험을 안고 있어서 특히 위태롭다고 했다. 양쪽 모두 긴장의 수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지만, 반복되는 충돌이 자제력을 갉아먹다 한순간 통제 불능의 더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사미르 푸리는 미국이 이란의 해협 감시 능력 자체를 물리적으로 부수려는 듯하다고 봤다. 반면 테헤란대학교의 포아드 이자디는, 이란이 해협 곁의 군사시설 없이도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으로 얼마든지 길목을 통제할 수 있다며 이 문제의 해법은 군사가 아니라 협상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제 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는 이번 선언이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려 트럼프를 압박하려는 카드라고 분석했다. 정작 협상을 막은 진짜 매듭은 레바논이다. 이란은 어떤 평화안에도 레바논을 포함하라 요구하고,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한다. 그 한 줄의 이견 위에서 수많은 배와 목숨이 멈춰 서 있다.

 

이 좁은 바닷길의 경련은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도 닿는다. 봉쇄 이후 유가는 한때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비료와 의약품을 실은 배마저 발이 묶이면서, 전문가들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에너지 위기와 다가오는 경기 침체를 경고한다. 호르무즈에서 멈춘 배 한 척이 지구 반대편 농부의 비료값과 환자의 약값을 흔드는 것이다. 세계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좁고, 그 좁음은 이런 순간에 잔인하리만치 또렷이 드러난다.

 

닫혀 있는데 또 닫혔다는, 그 헐거운 경첩의 문을. 강대국들은 그것을 카드라 부르고, 분석가들은 지렛대라 부르며, 시장은 그저 가격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문턱에는 이름조차 잘 불리지 않는 사람들이 서 있다. 위안화로 통행료를 셈하던 손, 식별 장치를 끄고 숨죽여 지나던 선장, 그리고 끝내 불타는 기관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세 명의 인도 선원. 오래전 한 시인은 배 타고 큰 바다로 나가 일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깊은 물 가운데서 신의 일을 본다고 노래했다. 폭풍을 잠잠하게 하시고 물결을 잔잔케 하여 마침내 그들이 바라던 항구로 인도하시는 분을 보았다고...(시편 107편). 지금 그 해협 위에는 폭풍 대신 사람이 만든 불길이 일렁인다. 닫힌 문을 다시 닫는 일에는 그토록 능숙해진 우리가, 정작 한 사람을 소원의 항구로 데려다주는 일에는 어찌하여 이리도 서툴까. 

작성 2026.06.12 00:42 수정 2026.06.1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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