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다시 일본에 졌다. 단순한 0-1 패배가 아니다. 2021년, 2022년에 이어 일본전 3연패, 이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다. 더 우려스러운 건 17세 이하, 14세 이하, 여자대표팀, 풋살대표팀, 야구대표팀까지 모든 연령과 종목에서 일본에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시스템 대 시스템의 완패다.
많은 국민들은 감독을 바꾸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들은 심판, 컨디션, 심지어는 운을 탓한다. 하지만 ‘왜 우리는 계속 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일본의 길(Japan's Way)'이라는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포지션별·연령별 세부적인 목표와 훈련법을 설계해왔다. 이는 단순히 한두 명의 스타가 아닌, 모든 선수가 일정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고 어디에서든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의 힘’이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체격 좋은 선수를 골라 지키는 축구, 지지 않는 농구, 결과만 보는 야구에 안주한다. ‘누가 한 명 튀어나오겠지’라는 기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골든타임을 놓친 유소년 선수들은 개인기를 배울 시간도, 실험할 기회도 박탈당한 채, 팀 성적을 위해 성인처럼 축구를 배운다. 지도자들은 생존을 위해 성과에 집착하고, 학부모들은 입시에만 집중한다. 이 속에서 ‘다음 세대의 영웅’은 태어나기 어렵다.
많은 미디어에서 이렇게 외친다. “변화가 필요하다”, “혁신이 없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 외침은 번번이 기득권에 막혀 좌초된다. 대학 체육회, 종목별 협회, 엘리트 중심 시스템, 정치와 얽힌 체육 인사들까지. 문제는 알지만,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고착화된 구조다. 최근 들어 정치는 다르다. 대통령의 결단 하나로 부동산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한다. 물론 스포츠는 정권이 바뀐다고 당장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체육계는 ‘정치보다 더 정체된 구조’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오히려 혁신은 정권보다 스포츠계에 더 절실하다.
‘난세의 영웅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스포츠에는 영웅이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며, 다들 ‘괜찮다’고 말한다. 그 결과가 지금의 연패 행진이다. 이제는 ‘선수’만이 아니라, ‘시스템’이 이기는 시대다. 일본은 국가대표팀을 단순한 11명의 선수가 아니라, 유소년 코치, 학부모, 클럽 지도자, 행정가,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든 ‘집단의 산물’이라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결과 중심의 평가로 지도자를 쳐내고, 성적이 안 나오면 선수를 비난하며, 모두가 외면한 시스템의 문제는 덮는다.
나는 말하고 싶다. 한국 스포츠에 진짜 필요한 건 새로운 스타가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이끌 리더십이다. 모든 종목에서의 연패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유소년부터 엘리트까지, 실업팀에서 프로까지, 행정에서 정치까지 연결된 ‘풀뿌리 혁신’이 없다면, 일본을 넘을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전히 오래전부터 한국 스포츠는 길을 잃었다. 그리고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고 있다. 이 구조를 바꾸려면, 누군가는 앞장서서 부딪혀야 한다. 인기와 타협하지 않고,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진짜 변화’를 외쳐야 한다. 나는 체육을 가르치는 교육자이자, 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시작이 되고 싶다.

#사진 - 국제스포츠전문지도자협회, 이형주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