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식디렉터] 초복에 잘 먹어야 여름을 편히 난다? 절기와 건강 사이의 진실

보양식의 뿌리, 민간요법인가 과학인가

초복 문화는 어떻게 현대 사회에 안착했나

전통을 되새기며 건강을 생각하는 방식

초복, 단순한 ‘더위 시작’일까?

 

“초복이다, 삼계탕 먹자.”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이다. 달력엔 빨간 표시가 없다 해도, 이 날만큼은 사람들의 식당 예약창이 가득 차고 마트엔 닭과 한약재가 쌓여간다. 초복은 본디 음력 6월에 해당하는 절기이자, ‘삼복(三伏)’ 중 하나로, 중복과 말복으로 이어지는 가장 뜨거운 여름의 출발선이다.

그러나 초복은 단지  더운 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인간이 자연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지혜의 시간표이기도 하다. 옛 사람들은 이 시기를 ‘양기가 가장 왕성하고, 몸은 가장 약해지는 때로 여겼다. 그래서 더위를 이기기 위해선 오히려 뜨겁게 라는 방식으로 몸을 다스리며, 초복을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단순히 날씨의 문제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보양 식의 뿌리, 민간요법인가 과학인가

 

초복 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코 ‘삼계탕’이다. 삼계탕의 구성은 단순하다. 어린 닭 한 마리 안에 찹쌀, 대추, 인삼, 마늘 등을 넣고 푹 끓인 음식. 그러나 이 간단한 한 그릇에는 절기와 약리학, 식문화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의학에서는 초복을 ‘서기(暑氣)’가 왕성해지고, 인체의 진액이 손실되기 쉬운 시기로 본다. 이때 땀을 많이 흘리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면역력이 무너진다. 그래서 닭처럼 고단백 식품에 인삼과 마늘을 더해 면역력 보충과 혈액순환을 도모하는 식문화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보양식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양 공급원으로는 훌륭하지만, 만능은 아니다.”라는 견해가 많다. 단백질, 비타민 B군, 무기질 등은 더위에 지친 몸에 필요한 성분이지만,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만성 질환자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초복 보양식은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이 아니라, ‘적절히 먹어야’ 좋은 음식인 셈이다.

 

초복 문화는 어떻게 현대 사회에 안착했나

 

초복은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일종의 공동체 절기였다. 한 해 농사의 절반이 지나며 농민들의 지친 몸을 달래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나누는 쉼의 의미가 있었다. 현대에 와서는 이 전통이 건강 마케팅과 결합하면서 보편화됐다.

1970~80년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삼계탕'은 건강식 이미지로 재 포지셔닝 되었고, 방송과 광고를 통해 초복엔 삼계탕을 먹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의례 처럼 자리 잡았다. 프랜 차이즈 음식점들이 초복 당일 줄을 세우고, 대형마트가 삼복 할인 전을 여는 풍경은 이 전통의 현대적 변형이다.

또한, 초복은 ‘나를 챙기는 날’이라는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 마치 생일처럼 초복은 더위 속 내 몸을 위한 작은 선물이자, 일상 속 휴식의 핑계가 된다. ‘절기’가 단순한 날짜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로 진화한 사례인 것이다.

 

전통을 되새기며 건강을 생각하는 방식

 

지금 우리에게 초복은 단순히 삼계탕 한 그릇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여름을 살아내는 방식이자,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 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더위 속에서 몸의 기운을 어떻게 관리하고, 스스로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초복은 여기에 대한 답을 1천 년 전부터 우리에게 주고 있다.

물론 무조건 삼계탕을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원한 채소죽이나 오이냉국, 수박처럼 수분이 풍부한 과일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몸을 돌보는 의식’이다. 초복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계절과 나의 건강을 연결 짓고, 잊고 지낸 생체리듬을 다시 조율할 수 있다.

 

초간단 삼계탕

 

재료 (1~2인분):영계(작은 닭) 1마리
찹쌀 1/4컵 (미리 불림)
마늘 5-6쪽, 대추 2-3개, 인삼 또는 인삼 슬라이스 (없으면 생략 가능)
물 1.5리터, 소금, 후추 약간

 

만드는 법: 닭은 깨끗이 씻고 내장을 제거한 뒤, 찹쌀, 마늘, 대추를 배 안에 넣는다.
큰 냄비에 닭을 넣고 물을 붓고 중 약 불에서 30분 정도 푹 끓인다.
소금, 후추로 간하고, 기호에 따라 대파나 생강을 더해도 좋다.

 

들깨 미역 죽 (더운 날 속 편한 보양 식)

 

재료: 마른 미역 5g
불린 쌀 1/2컵
들깨 가루 2큰 술
참기름 1작은 술, 국 간장 약간, 물 3컵

 

만드는 법: 미역은 물에 불려 잘게 자른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쌀과 미역을 볶는다.
물을 붓고 죽처럼 퍼질 때까지 저어가며 끓인다.
마지막에 들깨 가루를 넣고 약 불에서 더 끓인 뒤 간장으로 간한다.

 

닭 가슴 살 달걀 장 조림

 

재료: 닭 가슴 살 1덩이
달걀 3개
간장 6큰 술, 물 1컵
맛술 2큰 술, 설탕 1큰 술, 마늘 3쪽

 

만드는 법: 닭 가슴 살은 삶아서 찢어 놓고, 달걀은 반숙 또는 완숙으로 삶아 껍질 벗긴다.
냄비에 간장, 물, 맛술, 설탕, 마늘을 넣고 끓인다.
찢은 닭 가슴 살과 달걀을 넣고 10~15분 졸인다.
한 김 식혀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더 배어든다.

 

초복은 그저 ‘더운 날 삼계탕 먹는 날’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인에게 여름을 살아내는 생존 법 이었고, 계절의 이정표였다. 땀을 흘리며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절기이자,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의 마디였다.

올해 초복엔 한 그릇의 삼계탕보다, 몸의 상태를 먼저 생각해보자. 반드시 뜨거워야만 보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름을 버티는 법은 결국 자신을 얼마나 잘 이해 하느냐에 달려 있다.

 

 

장윤정 칼럼니스트 기자 kt7479@naver.com
작성 2025.07.20 22:55 수정 2025.07.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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