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연합뉴스] 윤교원 기자 = 2025년 12월, 중국 하이난 전역이 본격적인 ‘봉쇄형 통관(封关, 봉관)’ 체제로 전환된다.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이 조치는 단순한 경제 실험을 넘어, 하이난을 동아시아의 새로운 자유무역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한국 기업에게도 이는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계기가 된다.

관세 감면? 그 이상을 노려야 한다
이번 봉관 조치는 전례 없는 ‘제로 관세’ 정책을 핵심 축으로 한다. 하이난에서 일정 부가가치 이상을 창출한 제품은 중국 본토로 반출할 때 관세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수입한 반도체나 부품을 하이난에서 조립해 중국 내 주요 도시로 유통하면, 기존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생산기지 이전 수준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재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관세 혜택은 시작일 뿐이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진짜 경쟁력은 디지털·금융 인프라에 있다. 이 지역은 중국 내 유일하게 크로스보더 데이터 이동이 부분적으로 허용된 곳으로, 한국 IT기업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업체에는 매우 유리한 진입지다. 특히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현지 시스템과의 연동 테스트베드로 하이난을 활용할 경우, 중국 전역을 아우르는 서비스 확장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하이난 소비 시장, ‘면세점’을 넘어선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영역은 소비재 분야다. 현재도 한국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는 하이난 면세점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봉관 이후에는 면세점뿐 아니라 일반 소매점에서도 면세 수준의 혜택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하이난에 직영 매장을 서둘러 열고 있는 이유다.
이는 한국 뷰티 및 소비재 브랜드에게도 리스크 없이 현지 유통망을 실험해볼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하이난 특유의 소비문화에 대한 선행 이해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일부 한국 식품기업은 본토에서 통하던 제품을 그대로 들여왔다가 현지 입맛과 동떨어져 실패한 사례도 존재한다. ‘중국 시장’이라 뭉뚱그려서는 안 되며, 하이난만의 지역적 특성과 취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성공을 위한 사전 과제 3가지
이러한 기회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첫째, ‘하이난 법인’ 설립은 1년 안에 마쳐야 한다. 봉관 이전에 진입한 기업에게는 초기 인센티브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며, 하이난 현지 입찰 프로젝트의 경우 지역 등록 기업만을 대상으로 제한될 수도 있다.
둘째,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이 유리하다. 특히 하이난발전홀딩스와 같은 국영기업과 협력할 경우, 행정 절차가 대폭 단축되고 정부 인허가 단계에서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인프라 테스트가 선행돼야 한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하이난 센터를 활용해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제 시스템, 위챗 미니프로그램의 호환성을 검증해야 하고, 나아가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마케팅 전략 수립도 병행돼야 한다.
하이난은 ‘중국의 실험실’…지금이 가장 유리한 시점
하이난은 단지 ‘하와이’나 ‘관광지’가 아니다. 중국 정부가 홍콩의 대체지로 의도적으로 키우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향후 완공 예정인 양푸항은 동남아시아와의 해상 교역을 촉진할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내 대체 불가능한 ‘경제실험구’라는 위치에서, 글로벌 자본과 첨단 기술이 결합되는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한국 기업의 진출 비중은 외자 기업 전체의 3%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다. 제도적 인센티브가 집중되는 시점, 정부 주도의 시장 확대 전략이 실현되기 전 초기 진입이야말로 선행자 이익(first-mover advantage)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타이밍이다.
“광둥보다 하이난이다.” 이 말은 더 이상 상징이 아니다.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재정의할 시점에서, 하이난은 한국 기업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Commerce /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