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마중물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 펌프에서 물을 퍼올릴 때 들었던 말입니다. 바짝 마른 펌프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지만, 적당한 물 한 바가지를 붓고 손잡이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결국 지하 깊은 곳에서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옵니다. 저는 농구를 가르치며 이와 같은 순간을 자주 마주합니다.
기술이 터지고, 감각이 살아나고, 선수의 눈빛이 달라지는 그 찰나—그때 저는 느낍니다.
“아, 이제 마중물이 제대로 부어졌구나.”
최근 농구 패스 동작을 AI 기반으로 분석하는 실험 중, 한 장의 장면이 유독 인상 깊었습니다.
플레이어의 몸 곳곳에 인공지능이 표시한 점들이 정확하게 연결되고,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이 포착된 사진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패스일 수도 있지만, 이 한 장면 안에는 수많은 연습의 흔적, 데이터의 축적, 그리고 기술 성장을 향한 집중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하나의 메시지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 이형주 교수 "좋은 지도자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밝혀주는 사람입니다."
"기술은 그냥 자라지 않는다. 반드시 그 성장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농구 기술 성장의 마중물은 무엇일까요? 때로는 아주 작은 성공 경험일 수 있습니다.
연습하던 슈팅이 처음으로 림을 가를 때, 아이의 얼굴에 번지는 그 환희. 한 번의 성공이 다음 훈련으로 나아가게 하는 커다란 동력이 됩니다.
또한 진심 어린 피드백도 마중물이 됩니다.
“왜 네 드리블은 상대에게 읽힐까?” , “이 각도에서 네 손목은 어떤가?”
이런 질문은 선수로 하여금 기술을 ‘의식적으로’ 훈련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지도자는 단지 기술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기술이 흘러나올 수 있는 방향을 찾아주고, 통로를 열어주는 사람입니다.
또한 좋은 롤모델은 마중물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종종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네가 존경하는 선수의 움직임을 눈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그려봐라.
그리고 몸으로 재현해봐.” 롤모델은 무너지지 않는 기준이자, 성장의 좌표가 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마중물은 ‘환경’입니다. 격려와 도전이 균형 있게 공존하는 공간, 잘했다고 칭찬해주되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만드는 훈련 문화. 이러한 환경이야말로 기술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바탕입니다. 잘 짜인 루틴보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기술보다 먼저 사람을 바꿉니다. 그리고 기술은 사람을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묻습니다. “오늘 너는 너만의 마중물을 찾았니?”
혹 아직 그 물 한 바가지를 찾지 못했다면, 나는 지도자로서 그들의 마음속에 조용히 마중물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결국 우리의 가르침은, 스스로의 기술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 바가지의 물이어야 하니까요.
#사진 - 한기범농구교실, 이형주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