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주연 박사, 칼럼니스트 = 빛이 흐르는 지갑 하나가 브랜드의 격을 결정짓는 시대다. 단순한 수납 용도로 보였던 이 작은 오브제가 지금은 감각의 언어가 되고, 기업의 태도를 대변하며, 소비자와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결정적 순간을 연출한다.
우리는 이 흐름에 주목했고, 그 응답으로 홀로그램 똑딱이 지갑을 고안했다. 눈으로 먼저 감탄하고, 손끝에서 감정을 머금고, 일상 속에서 브랜드를 기억하게 되는 길. 이 모든 서사를 단 한 장의 소재 위에 담아냈다.
그렇다고 이 작업이 단순히 시각적 쾌감에만 기대고 있진 않다. 사용된 소재는 빛을 품은 고급 홀로그램 원단. 흔히 '반짝인다'는 표현으로는 그 변화를 다 담아낼 수 없다.
각도에 따라, 조도에 따라, 심지어 손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는 이 소재는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가 감각적으로 사고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물질적 반응성을 통해, ‘감정의 반사율이 높은 상품’을 만들고자 했다.
기획은 섬세함에서 출발했다. 이 지갑이 속하게 될 장소, 소비자의 손에 쥐어질 순간, 그것을 열고 닫을 감각의 리듬까지. 금속 똑딱이 버튼 하나까지도 그 감각적 연출의 일부였다. 단순한 포장을 넘어, 일상의 감정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누군 가는 이 지갑에 콘서트 티켓을 넣고, 누군 가는 기념 사진을 담는다. 결국 브랜드가 제안한 지갑은, 소비자 각자의 기억을 담는 감정 보관소로 전이된다.
디자인은 단정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지갑 전면에 삽입된 추상적 기호들은 기능보다는 감성을 건드리는 상징이다.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 감각의 부호들이 남았고, 그것은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해석의 자유를 열어두고, 그 안에 자신만의 의미를 담게 끔 유도한다. 이런 유연한 서사가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 견고하게 만든다. 규격화되지 않은 개성의 집합체, 그 안에 브랜드의 방향성과 철학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우리는 흔히 굿즈를 마케팅 도구로만 바라본다. 그러나 진정한 굿즈는 브랜드가 사람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며, 관계를 만드는 장치다. 그 대화가 얄팍하면 소비자는 바로 감지한다. 반면 진심이 담긴 메시지는 제품의 형태를 넘어선다.
이번 홀로그램 지갑은 그 진심을 전하는 가장 세련된 수단이었다. 말 대신 빛으로, 정보 대신 감각으로, 브랜드는 자신의 세계관을 전달할 수 있었다.
기획 상품이라는 말은 종종 부차적인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 작은 기획 상품이 브랜드의 세계관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창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이 작은 포장 안에서 브랜드의 안목을 확인하고, 감각을 공유하며, 철학의 밀도를 체감한다. 그러므로 기획 상품이 가벼워 보여선 안 된다. 가볍게 보이되, 가볍지 않아야 한다. 이번 제작은 바로 그 균형을 설계하는 과정이었다.
지갑 하나를 만들며 생각했다. 포장은 결코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포장은 말을 하지 않지만, 가장 먼저 도착하고 가장 오래 남는다. 그것은 브랜드의 목소리가 아니라 태도다. 그리고 이제 그 태도는, 빛을 머금은 지갑 안에서 조용하지만 깊게, 소비자의 마음에 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