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과 AI의 첫 만남, 그 시작은 자연스러웠다
“이 문제, 챗GPT에 물어보면 돼.”
서울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지민이는 수학 숙제를 하다 막힌 문제를 AI에게 묻는다. 부모가 챗GPT를 알려주지도 않았고, 학교에서도 교육받은 적이 없지만, 유튜브와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AI가 ‘공부 도우미’로 자리 잡고 있었다. 생성형 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초등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이 도구를 사용하는 세상이 열렸다.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아닌 ‘챗GPT’에게 묻는다. 과제, 독후감, 일기, 심지어 발표자료까지도 AI의 손을 빌리는 현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모두 긍정적일 수는 없다. 도움과 의존 사이, 그 경계에서 교육계는 진지한 고민에 빠져 있다.
생성형 AI의 빠른 확산과 초등학생의 접근 가능성
생성형 AI는 더 이상 기술 전문가나 고등학생만의 영역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자유롭게 다루는 초등학생들에게 AI는 단지 ‘또 하나의 앱’일 뿐이다.
특히 챗GPT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 검색보다 빠르고 명확하게 답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존재다.
AI 활용은 ‘몰래’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아이 숙제가 너무 어려워서 챗GPT로 도와줬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일부 아이들은 아예 AI를 통해 숙제를 완성한 뒤, 부모나 교사에게 들키지 않는 요령까지 익힌다.
그 결과, 학습의 일부분을 AI에게 넘기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AI가 ‘대답하는 존재’로만 인식될 경우,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생들의 실제 사용 사례 – AI는 ‘비밀 과외 선생님’?
부산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한수진(가명) 학생은 국어 시간에 받은 독후감 과제를 챗GPT에게 맡겼다.
“‘책 내용을 요약해줘’라고 입력했는데, 너무 잘 정리해줘서 그걸 조금만 고쳐서 냈어요.”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그러나 AI가 생각보다 유용하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거의 모든 과제를 먼저 챗GPT에게 물어보고 시작한다.
교사들도 AI의 사용 흔적을 감지하고 있다. “문장 구성이나 표현력이 갑자기 성숙해진 경우, AI의 개입을 의심하게 된다”는 현직 초등교사의 목소리는 점점 늘어난다.
한편, 일부 교육자는 이를 ‘창의적인 도구 활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AI를 단순히 답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움일까, 의존일까? 교육계의 엇갈린 시선
교육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AI는 교육 혁신의 도구이며, 조기 노출은 디지털 문해력 향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AI를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고력, 창의력, 자기주도학습 역량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다.
이 두 가지 관점은 단순히 찬반 논쟁으로 끝날 수 없다. 이미 AI는 우리 교육 현장에 들어와 있으며, 아이들은 이를 통해 학습하고 있다. 그렇기에 ‘금지’보다는 ‘적절한 사용’을 위한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AI 윤리’나 ‘디지털 도구 사용법’ 같은 내용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AI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AI 시대, 초등학생과의 건강한 공존을 위한 길
생성형 AI는 이제 초등학생들의 손에도 들어왔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다.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는 AI.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초등학생들이 AI를 도구로서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도록 이끄는 사회적 가이드라인과 교육 시스템이다.
교육부, 학교, 가정이 함께 AI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AI가 ‘생각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닌 ‘생각을 돕는 도구’가 되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챗GPT는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