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지 못하는 이유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어요.” 이 말은 요즘 세대에게 이상이자 현실 도전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그 ‘좋아하는 일’을 접고, ‘할 수 있는 일’로 방향을 틀게 된다. 꿈 많던 청춘은 언제부턴가 스펙을 쌓고 안정된 직장을 찾으며 ‘생계형 인간’으로 변한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과 먹고사는 일 사이에서 매일 고군분투하는 직장인 500인의 생생한 선택지를 통해, 우리가 진짜 원하는 삶의 조건을 다시 묻는다.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진 '좋아하는 일'의 낭만
대학교 졸업 후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박지연(34) 씨는 3년 간 무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그러나 수입은 매달 80만 원에서 120만 원 사이. “무대에 설 땐 행복했지만, 생계를 생각하면 늘 불안했죠.” 결국 그녀는 꿈을 내려놓고 중견기업의 인사팀으로 이직했다.
지연 씨의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니다.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025년 5월, 잡스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과거에 좋아하던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 시도한 적이 있으나 결국 포기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수입의 불안정성'(41%), '사회적 시선과 압박'(23%)이 꼽혔다.
이처럼 좋아하는 일이 반드시 ‘직업’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낭만은 매력적이지만, 현실은 숫자와 시간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할 수 있으니 계속한다? 생계와 능력 사이의 모순
이진호(39) 씨는 대학에서 영상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현재는 금융사에서 고객 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창작보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말하는 게 훨씬 덜 스트레스 받아요. 적성엔 안 맞지만, 할 수 있으니까요.”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 해서가 아니라 할 수 있어서" 한다는 응답이 무려 54%에 달했다. ‘할 수 있는 일’은 안정적이지만, ‘하고 싶은 일’은 대개 모험이다. 문제는 이 둘 사이에서 자기 정체성과 삶의 만족도를 잃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사이 직장인들은 ‘버텨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과 ‘다시 꿈을 꾸기엔 너무 늦었다’는 인식 사이에서 정체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이는 직장생활과 자아실현 간의 모순이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직장인 500인의 리얼 선택지
“하고 싶은 일은 유튜브 콘텐츠 제작이었지만, 결국 공무원이 되었죠.” 콘텐츠 기획을 공부하던 김수현(30) 씨는 말한다. 그녀는 안정적인 급여와 복지를 이유로 유튜브 채널 운영을 포기했다. 대신 퇴근 후 짬짬이 영상 편집을 하며 취미로 남겨뒀다.
조사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8%가 “좋아하는 일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미련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지금 직업이 만족스럽다”는 응답자는 32%에 불과했다. 생계를 위해 선택한 일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정체성과 욕구를 억누르지만, 사회 구조상 다른 대안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좋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가능성과 조건들
그러나 포기만이 정답은 아니다. 실제로 응답자의 24%는 “생계가 안정되면 다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주말 창업, 부업, 퇴사 후 귀촌 등 다양한 형태로 ‘꿈의 복원’을 시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직장인 유태영(41) 씨는 평일엔 IT기업 기획자로, 주말엔 드론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젠 ‘꿈을 직업으로’가 아니라 ‘직업 외 꿈을 지키는 법’을 찾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시간적 여유 ▲금전적 안정 ▲가족의 지지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이 꼽힌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오롯이 직업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삶 속에 유지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무너진 삶이 아닌, 작지만 오래도록 살아남는 ‘꿈의 조각’을 어떻게 품고 사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먹고사는 일. 이 세 가지는 늘 충돌하고, 때로는 양립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선택의 방향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기 삶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점이다. 당장의 현실에 타협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돌아갈 꿈을 품고 있는가?
진짜 문제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고 있는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