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잠들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잠이 부족한 게 자랑이 된 시대다.”
이 말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오늘도 3시간밖에 못 잤어'라는 말을 피곤한 자랑처럼 내뱉고, 퇴근 후에도 쉬지 않고 자기계발이나 부업, SNS 콘텐츠 생산에 몰두하는 사람들. 이들은 단지 바쁜 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잠을 줄이고 뭔가를 더 하는 사람’을 유능하다고 여기는 문화에 잠식당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새벽기상’, ‘#5AM’을 검색해 보면, 해가 뜨기도 전에 달리기를 하고 책을 읽고 명상을 하는 이들의 게시물이 수없이 쏟아진다. 마치 잠을 자는 시간이 곧 패배라도 되는 양, 우리는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기술은 ‘항상 연결됨’을 요구하고, 플랫폼 노동은 야간에도 메시지를 보내게 만들며, 청년층은 미래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압박에 시달린다. 그 결과 수면은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피로는 기본값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더 많이 연결되고, 더 많은 것을 이루지만, 그만큼 더 많이 망가져 가고 있다.

수면 부족이 만든 신체적·정신적 재앙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회복이며, 치유이며, 생존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2022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하루 6시간 16분. WHO 권장 수면 시간인 7시간보다 한참 모자란다.
이 부족한 수면은 신체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면역력은 떨어지고, 심장질환·비만·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뇌 기능도 마찬가지다. 수면이 부족하면 기억력은 감퇴하고, 감정 조절 능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특히 수면 부족이 축적되면 우울증, 불안장애, 심지어 자살 위험률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 영향을 주는 수면 부족이 ‘질병’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는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지만, 만성적인 피로에는 “요즘 다 그래”라며 넘긴다. 나를 혹사시키는 구조와 생활을 바꾸기보다, 카페인을 더 섭취하고, 더 많은 일정을 넣는다. 결국 무너지는 건 몸과 마음이다.

왜 우리는 잠을 미룰수록 성공한다고 착각할까?
잠을 줄이고 일하는 것이 미덕이 된 데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다. 바로 ‘성과 중심 사회’다. 이 사회는 시간의 밀도를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시간의 밀도를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희생하는 게 ‘수면’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난다”는 식의 자기계발 서적들이 넘쳐난다. 물론 누군가는 아침형 인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반쪽짜리 진실이다. 성공을 위한 공식처럼 포장된 이 서사는 수면의 질과 개인차를 무시하고, 휴식을 게으름으로 낙인찍는다.
게다가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를 쉬지 못하게 만든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자동재생 기능, SNS 피드의 무한 스크롤, 뉴스 알림은 잠들려는 뇌를 자극하고, 결국 잠을 미룬다. 이는 개인의 의지로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적 요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잠을 줄이며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집중력은 저하되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과도한 각성과 몰입은 일시적일 뿐, 지속적인 성과를 위한 회복의 시간이 없다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진짜 자기관리는 ‘쉼’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기관리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를 자기계발, 자기계획, 혹은 성장으로만 인식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자기관리는 ‘잘 쉬는 것’에서 시작된다. 충분한 수면, 의식 있는 휴식, 정기적인 멈춤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나는 쉴 자격이 없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가 우리에게 각인시킨 착각이다. 바쁘게 사는 것이 곧 가치 있는 삶이라고 말하는 문화 속에서, 쉼은 회피가 아니라 회복임을 잊는다. 진짜 자기애는 쉼을 허락하는 데서 비롯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성공을 향한 질주가 아니라, 멈추어 숨을 고를 용기다. 푹 잔 하루가 당신의 집중력과 감정 조절 능력을 되찾게 만들며, 관계와 일의 질을 모두 높여줄 수 있다. ‘잘 자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자 사회의 시스템이 만들어줘야 할 권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자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기관리의 최종 단계는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