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트 - 체어 2
점심시간이 지나고 아주 우렁찬 목소리의 정육점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치료 중에 늘 맡는 피 냄새와는 다른 비릿한 피 냄새에 다들 기분이 묘해집니다. 사장님은 시원하게 썩은 이를 뽑아달라고 큰소리로 말합니다.
라이트가 눈을 크게 뜨고 구석구석 잘 비춰줍니다.
원장님이 썩은 이를 찬찬히 살펴보시며 말합니다.
“아직 안 뽑아도 되겠습니다. 며칠 치료해서 더 쓰시면 되겠습니다.”
정육점 사장님은 원장님 말씀을 무시한 채 큰소리로 말합니다.
“아 ~ 아프니 그냥 확 뽑아주이소.”
나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에휴, 큰일 났네. 원장님 치료방법에 브레이크가 걸렸어.’
“간호사, 다른 곳으로 소개시켜드려라!”
이렇게 쫓겨나는 환자들이 가끔 있습니다.
원장님은 될 수 있으면 이를 살려서 오래 쓰게 하려고 애쓰십니다. 아직 멀쩡하게 살려서 쓸 수 있는데, 뽑아내고 보기 좋게 한다고 비싼 돈 들여서 낭비한다고 혀를 찹니다.
나는 치료를 제대로 받으려면 원장님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엉뚱한 환자가 와서 쓸데없는 말을 합니다.
“다른 치과에서는 이렇게 얘기하던데…. 여기는 어떻게 하나요?”
하고 물으면 나도 당연히 화가 납니다.
‘그 곳에 가셔서 치료를 받으시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옵니다.
원장님은 환자가 의사노릇까지 해서 진료할 맘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정보 때문에 의사를 신뢰하지 못 한다고 혀를 끌끌 차십니다.
시끌벅적 시장은 평소보다 활기차고 부산한 날입니다.
지난번에 왔던 젊은 엄마가 이번에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왔습니다.
젊은 엄마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원장님, 시어머니 이를 해야겠는데 비싸지 않을까요?”
지난번 5살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와 전혀 다르게 치료비가 비쌀까봐 두려움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나는 ‘시’자 들어간 시댁일이라면 싫어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아집니다.
할머니는 며느리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원장님요, 지는 살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제일 싼 거로 해주이소.”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시는 할머니가 애처롭기만 합니다.
‘자기는 평생 안 늙고 이빨 안 빠지는가.’
나는 젊은 얘기 엄마가 얄밉습니다.
다행히 할머니 틀니는 나라에서 해주는 보험으로 저렴하게 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활짝 웃으시며 말합니다.
“세상 참 좋아졌다.”
라며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며칠 후 먹구름이 가득 낀 오후에 지난번 젊은 엄마가 다시 왔습니다.
이번에는 혼자였습니다.
젊은 엄마를 가장 먼저 본 라이트가 흥분해서 얘기합니다.
“애들아, 지난번 젊은 엄마가 볼을 감싸 쥐고 왔어.”
나도 흥분에 휩싸여 말합니다.
“그래! 우리가 본때를 좀 보여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