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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하철 벤치에서 만난 조용하고 따뜻한 위로

이정훈 산문집,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 지하철 역 벤치 위의 작은 기적 [사진=보통의가치 뉴스]

 

서툰 위로가 만드는 연결감

지하철 안은 여느 날처럼 조용했다. 아니, 정확히는 고요했다. 소음은 있었지만 대화는 없었고, 서로를 향한 시선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각자의 세상에 머물러 있었다. 그 낯익은 풍경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쓸쓸하게 다가왔다. 

 

언제부터 우리는 타인에게 관심 갖지 않는 것을 예의라고 착각했을까. 옆 사람이 내리고 새로운 사람이 타도 아무도 시선을 나누지 않았다. 서로를 배경처럼 지나치는 이 습관이 깊어질수록, 정작 손을 내밀어야 할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밀려왔다.

 

지하철 벤치 위의 작은 기적

그런 생각이 들자 휴대전화에서 고개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화면 밖 세상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은 멈춤이 예상치 못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플랫폼 벤치 위,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쓴 글씨. 

 

“괜찮으신가요? 제가 받은 위로가 당신에게 닿기를 바랍니다.”『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책 한 권이 포스트잇과 함께 벤치 위에 놓여 있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익명의 친절. 그건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조용히 건넨 손길이었고, 세상이 아직 완전히 차갑지 않다는 증거였다.

 

피드백을 기대하지 않는 용기

요즘 세상은 연결조차 숫자로 측정한다. ‘좋아요’, 조회수, 구독자 수. 심지어 친절을 베풀고도 상대의 반응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을 남긴 이는 달랐다. 읽는 사람이 누구일지 알 수도 없었고, 고맙다는 답장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누군가 이 책을 남긴 것이다. 

 

진짜 위로는 그렇게 시작된다. 계산되지 않은 친절, 피드백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용기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은 결국 이런 단순한 행동에서 온다. 엘리베이터 문을 잠시 잡아주는 일,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는 일, 낯선 이에게 짧게 미소를 건네는 일. 그 어떤 시스템보다 사람의 마음이 세상을 부드럽게 바꾼다.

 

완벽한 답보다 서툰 진심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무색하게, 시대는 오류 없는 완벽함을 요구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 그 완벽함의 기준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위로만큼은 다르다. 인간의 위로는 완벽함이 아니라 서툼에서 시작된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글씨 한 줄,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하는 말 한마디. 그건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진심이 닿는다. 

 

이정훈 작가는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바삐 움직이던 생각이 멈췄다.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 안에도 치열함이 있고, 그 하루를 이해하려는 태도 자체가 이미 위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정확함보다 따뜻함을, 효율보다 존재를 기억해야 한다.

 

위로의 릴레이: 효율과 마음의 균형

책을 남긴 사람은 자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행동이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그 책을 벤치에 다시 올려놓고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로 같은 책을 한 권 더 주문했다. 빠르고 효율적인 디지털 세상의 도구를 활용해, 아날로그적인 따뜻함을 다음 장소로 옮겨 놓으려는 결심이었다. 

 

누가 받을지 모르는 위로, 답장 없는 친절. 이 위로의 릴레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나는 익명의 누군가가 보낸 메시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위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시도’이며,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덜 외롭게 만드는 일이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보자. 고맙다고,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그 서툰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붙잡아줄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닿으려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닿는 순간,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0.10 21:32 수정 2025.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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