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마귀 2 -이옥란 지음
“팽나무님, 제발 간섭하지 마세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팽나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초록마귀는 콧방귀를 뀌며 바람처럼 슝 사라져버렸어요.
“초록마귀는 너무해!”
“정말 구제불능이야!”
화가 난 친구들은 큰 소리로 외쳤어요.
숲속 친구들은 언제나 팽나무를 믿고 의지해왔어요. 기쁜 일과 슬픈 일, 작은 일에서 큰일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 했어요.
팽나무에게 함부로 구는 초록마귀를 보고, 친구들은 하나둘 그를 멀리했어요.
초록마귀는 위장술이 뛰어나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 괴롭히고 탐나는 물건을 빼앗았어요.
숲속 친구들은 초록마귀가 사라지길 바랐어요.
어느 날, 건너편 숲에서 큰불이 났어요.
사슴, 다람쥐, 토끼는 재빨리 도망쳤고, 새들도 서둘러 날아갔어요. 하지만 작은 친구들은 아무리 빠르게 뛰거나 날아도 타오르는 불길을 피할 수 없었어요.
숲속이 불길에 휩싸이자 모든 생명들이 두려움에 떨었어요.
간신히 목숨을 건진 꿀벌과 개미는 팽나무를 찾아갔어요.
“갑자기 불길이 번져 벗어날 길이 없었어요. 그때 말벌이 나타나 우리를 구해줬어요.”
상처투성이인 꿀벌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어요.
“저는 꿀벌의 다리에 매달려 겨우 살아남았어요.”
개미는 불에 그슬린 더듬이를 감싸 쥐고 몸을 떨고 있었어요.
꿀벌과 개미는 입을 모아 말벌이 얼마나 용감했는지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어요.
‘흥! 말벌이 영웅 대접을 받겠네?’
꿀벌과 개미의 말을 엿들은 초록마귀는 말벌이 이곳에 오는 게 싫었어요.
‘좋아! 말벌이 오기 전에 힘이 빠지고 지쳐있을 때….’
초록마귀는 아무도 모르게 슬그머니 말벌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나섰어요.
산불이 지나가고 재만 남은 곳으로 초록마귀는 살금살금 발을 내디뎠어요.
“으악! 살려주세요!”
초록마귀는 결국 불구덩이에 빠지고 말았어요.
“흐흐 흑흑….”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정신 차려! 금방 구해줄게!”
말벌은 재빠르게 나뭇가지를 던져주었어요.
말벌은 숲속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언제나 서로의 날갯짓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래서 초록마귀의 비명이 들리자 바로 알아챌 수 있었어요.
초록마귀는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왔어요. 말벌 덕분에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온몸은 불에 그슬려 있고 날개는 그 자리에 떨어져 버렸어요.
말벌은 초록마귀를 재빨리 팽나무로 데려갔어요.
“너희들이 도와줘야겠어. 나뭇잎을 깔고 초록이를 올려 줄 수 있겠니?”
팽나무는 초록마귀를 ‘초록이’라 부르며 온몸으로 따뜻하게 품었어요.
초록이는 며칠 동안 정신을 잃고 깨어나기를 반복했어요. 식은땀에 몸이 흠뻑 젖고 아픔에 몸부림쳤어요.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할 텐데….”
팽나무는 초록이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조용히 기다려주었어요.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해.”
친구들은 팽나무 곁에 모여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