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마귀 3 - 이옥란 지음
초록이는 풀줄기로 칭칭 감겨 팽나무 품에서 따뜻하고 아늑한 기운을 느꼈어요.
시간이 흐르자, 참을 수 없는 아픔이 다시 밀려왔어요.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초록이는 몸을 움츠리며 눈물을 꾹 참았어요.
‘누구라도 금세 덮칠 거야. 정신을 차려야 해.’
초록이는 두려움을 떨치려 연거푸 고개를 흔들었어요. 그러다가 친구들에게 했던 잘못들이 하나둘 떠오르며, 가슴이 아릿하게 저려왔어요.
하늘에 작은 틈이 열리더니 부드러운 별빛이 내려왔어요. 반짝이는 별들은 하얀 꽃잎처럼 흩어져 다정한 이야기를 속삭였어요.
한 줄기 달빛이 초록이를 은은하게 감싸더니, 보이지 않는 날개를 달아주듯 찬란하게 흘러내렸어요.
바람이 살랑살랑 불자 숲속은 잔잔히 흔들렸어요.
이슬 한 방울이 초록이 입술을 따라 또르르 흐르며, 초록이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어요.
“위이잉…….”
초록이는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가슴이 울렁거렸어요.
“윙……. 윙…….”
초록이는 흐려지는 정신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어요. 귓가엔 윙~소리가 쟁쟁하게 울려 퍼졌어요.
“이 괴로움만 사라지면 착하게 살 거야.”
마치 바람에 실려 오는 작은 속삭임처럼 초록이는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어요.
“휘이잉! 휘잉! 휭!”
꿀벌 떼가 숲속 가득 퍼지며 날아오는 소리였어요.
꿀벌들은 초록이에게 로열젤리를 바라주느라 분주하게 날개를 퍼덕이며 이리저리 날아다녔어요.
상처는 점점 촉촉해지며 새 생명이 돋아나는 듯했어요.
“어어!”
초록이는 화들짝 놀라며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어요.
“걱정 마. 우리는 네가 곧 건강을 되찾길 바라고 있어.”
붉은 즙을 뒤집어썼던 풍뎅이가 초록이의 손을 살짝 잡고 곁에 앉았어요.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사르르 전해졌어요.
초록이는 풍뎅이의 다정한 목소리에 마음속 두려움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팽나무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뭇진을 발라주며 초록이의 상처가 마르지 않도록 돌봐주었어.”
개미는 짧아진 더듬이를 조심스럽게 매만지며 힘주어 말했어요.
“우리는 너를 싫어하지 않아. 이제부터 함께 행복하게 지내자.”
나비는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부드럽게 속삭였어요.
“우린 팽나무 곁에서 함께 어울리는 가족이야.”
뒷다리를 조심스럽게 오므리며 메뚜기도 미소를 지었어요.
“고마워요…….”
초록이는 미안한 마음을 겨우 참으며, 처음으로 서로 손을 내밀어 주는 따스한 마음을 느꼈어요.
산들바람이 팽나무와 친구들을 부드럽게 감싸며 스며들었어요.
초록이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어요. 마음속에 ‘우리’라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자유롭게 날아오를 준비를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