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 김기환)이 주최하는 기획전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Platform: Still Human)’이 서울 중구 KF XR 갤러리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등 첨단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과학-예술 융합 전시로, 2026년 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의 핵심 개념은 ‘플랫폼’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언어·문화·감정이 교차하며 새로운 연결이 이루어지는 현대적 장(場)으로 정의된다. 제목의 한국어 표현 ‘보다 인간적인’은 ‘인간을 바라본다’와 ‘더 인간답게 만든다’는 두 가지 의미를 아우르며, 영어 제목 ‘Still Human’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으로 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KF는 이번 전시를 통해 기술의 진보가 인간성을 위협하기보다, 오히려 인간을 성찰하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작품들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기술 언어로 표현하며, 관람객이 직접 체험을 통해 ‘기술 속 인간성’을 재발견하도록 구성됐다.
협력 네트워크도 주목할 만하다. KF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KAIST, 주한체코문화원,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 등과 손잡고 13점의 작품을 공개했다.
특히 체코 작가 온드레이 모라베크(Ondřej Moravec)의 VR 작품 ‘다크닝(Darkening)’은 우울증을 주제로 한 몰입형 영상으로, 한국어 더빙 버전이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폴란드 국립 우치영화학교의 vnLab 소속 감독들이 제작한 ‘뒤집힌 통제(Control Negative)’, ‘밤들’, ‘죽음에 관한 단순한 노래들’ 역시 인간 내면의 불안과 자유를 VR 형식으로 재해석했다.

국내 작가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후니다 킴(Hoonida Kim)의 ‘네오프로덕트’ 시리즈는 청각과 감각의 상호작용을 실험하며 ‘무심함 속의 소리’를 탐구한다.
팀 401Hz의 ‘필획파’, ‘.막’, ‘잔-울림’은 파동과 진동을 시각적으로 변환해 ‘보이지 않는 감정의 물결’을 구현했다.
또한 KAIST 강이연 교수는 인류세와 기후 변화 등 지구적 이슈를 다룬 신작 ‘중첩(Superposition)’, ‘박물관’, ‘골디락스’를 통해 인간과 환경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라, 예술이 인간 회복의 언어로 작동하는 장이다. 관람객은 VR, 인터랙티브 미디어, 사운드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체험하며 ‘기술 속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또한 작가와의 대화, 워크숍, 강연 등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어 예술적 사유를 한층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KF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예술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류의 존엄을 되찾는 창(窓)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은 예술이 기술의 언어를 빌려 인간의 감성을 회복시키는 현장을 보여주며, AI 시대의 공공예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