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 김중업과 근대 건축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르코르뷔지에가 다시 한 공간에서 만났다.
서울 연희동의 전시공간 연희정음에서 열리는 사진전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은 두 건축가가 남긴 흔적을 오늘의 시각에서 되짚는 자리다.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한국·프랑스 건축 교류의 흐름을 재정립하고 건축을 바라보는 감각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건축을 기록한 사진, 공간을 해석한 가구, 그리고 동선으로 구성된 “체험적 구조”를 통해 관람자가 건축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두 건축가의 시대적 배경을 따라가면서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내는 방식이다.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한·불 건축의 인연
1950년대 초, 국제문화교류가 활발히 확대되던 시기 베네치아에서 열렸던 예술가 회의가 두 건축가를 이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시 젊은 건축가였던 김중업은 이 자리에서 르코르뷔지에를 직접 마주했고, 그의 파리 아틀리에에서 실무를 익히는 길이 열렸다. 이 만남은 단순한 사제 관계를 넘어, 각기 다른 문화권의 건축적 관점을 교차시키는 시작점이 되었다. 서구 모더니즘이 동아시아의 감각과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고, 그 변화는 이후 한국 건축사에서 중요한 단락으로 남게 되었다.

두 거장의 시선을 현재화한 사진가들의 기록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두 건축가의 작업을 기록한 사진이 있다. 한국의 김용관 사진가와 프랑스의 마누엘 부고가 각자의 방식으로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의 작품 세계를 담아냈다. 두 사진가는 단순히 건축물의 외형을 기록하지 않고, 건축 내부의 빛, 질감, 환경과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사진을 매개로 한 재해석은 과거의 건축을 현재적 감각으로 불러오는 장치로 작동한다. 관람자는 사진 속 공간을 통해 두 건축가가 지향했던 건축 언어와 조형 감각을 다시 체감하게 된다.
모더니즘을 한국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김중업의 여정
김중업이 파리에서의 수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그의 건축은 모더니즘의 원리를 한국의 공간적 전통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직선적이고 합리적인 구조 안에 한국적 여백과 자연 친화적 구성 방식을 담아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흐름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바로 주한프랑스대사관이다. 이 건축물은 프랑스의 현대적 건축 정신과 한국적 공간 개념이 맞닿는 지점에 서 있으며, 두 문화의 조화로운 교차가 실현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는 이러한 김중업의 여정과 성취를 시각적으로 짚어내며, 한 건축가가 어떻게 시대적 영향 속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완성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공간을 ‘감각하는 방법’을 묻는 새로운 전시 경험
이번 전시는 단순한 사진 감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중업 건축을 기반으로 제작된 가구와 재해석된 오브제들이 함께 배치되어 관람자가 건축을 ‘앉고, 서고, 머무르는 방식’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건축은 본래 인간의 몸을 담는 공간이기 때문에, 전시는 사진과 실물 구성물, 그리고 공간의 흐름을 결합시켜 “건축이 어떻게 이야기로 이어지는가”를 체험하게 한다. 이는 두 건축가가 남긴 사유를 현대인이 다시 사유하도록 돕는 장치이며,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두 거장의 만남이 촉발한 건축적 변화는 단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현재도 유효한 문제의식으로 남아 있다. 전시는 그 문제의식을 사진·가구·공간 구성이라는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며, 관람자에게 “건축을 어떻게 느낄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6년 2월까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