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수영장 출입에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곳이 많은데 제가 다니고 있는 이곳은 여전히 수영장 입구 접수처에서 직원이 수강증을 사물함 키와 바꿔줍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과 매일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10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다섯 발자국 앞 접수처에서 살짝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수강회원에게 건네는 사물함 열쇠에 시선을 고정한 채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날리는 직원과 그날 처음 만나게 됩니다.
새벽 수영이라 눈뜨자마자 가는 곳이니 말입니다. 저도 굳이 인사를 차리는 사람은 아니라 무심히 열쇠와 수강증을 교환하곤 탈의실로 급하게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새로 온 직원은 웃습니다. 오는 길에 추웠냐고도 묻고 수영을 끝내고 나오면 눈을 맞추고 잘 가시라고도 합니다.
아쿠아 로빅은 일흔을 넘긴 회원이 많아 건강을 이유로 며칠씩 결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아쿠아로빅이 있는 시간에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어르신들은 옷도 머리 스타일도 몸집도 비슷비슷해서 구별을 잘 못하겠던데 이십대로 보이는 그녀는 며칠 만에 감기를 털고 나온 회원의 안부를 묻습니다.
아쿠아로빅에서 흔히 있는 자리다툼과 기싸움에 밀려 다른 자리에 서야 하는 억울함도 회원들은 이십 대인 그녀에게 하소연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접수 데스크엔 늘 간식이 놓여있습니다. 수강생들이 오며 가며 그 직원에게 주고 가는 건데 무심한 저도 잃어버렸던 오리발을 그녀가 너무도 친절하게 찾아주니 저절로 커피 쿠폰을 내밀게 되더라고요.
급여를 받고 제 할 일만 한다면 수강 신청받고 수강증과 열쇠 교환, 자잘한 민원정도를 가볍게 해결하면 그뿐일 텐데 스포츠센터를 이용하는 수강생들을 일로써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하는 그녀의 거래하지 않는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 마르틴 부버는 저서 ‘나와 너’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세계는 ‘나’가 세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세계가 ‘나’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진다. 즉 내가 세계를 ‘나-너’로 대한다면 세계 역시 나를 그렇게 맞이하고, 내가 세계를 ‘나-그것’으로 대한다면 세계 역시 나를 그렇게 맞이한다”
상대를 목적과 조건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나를 대하듯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업무는 가벼워 보이나 그녀의 존재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건 저만의 느낌은 아닐 테지요.
깊어가는 가을 최영미의 토요편지 띄웁니다.
참고; 스타벅스에서 철학 한잔. 함께 성장인문학연구원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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