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진 성벽보다 더 심각했던 내부 위기
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던 시기는 외부의 위협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 심각한 위기는 공동체 내부에서 일어났다. 굶주린 백성들이 고리대금과 착취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은, 무너진 성벽보다 더 무너진 사람들의 마음을 드러냈다. 느헤미야 5장은 성벽 재건 사역의 진짜 걸림돌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며, 공동체를 다시 세우기 위해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하게 한다.
느헤미야 5장의 핵심은 경제적 착취 문제다. 흉년과 세금 부담으로 궁핍에 빠진 사람들이 자신의 토지와 포도원을 잃었고, 일부는 자녀를 종으로 보내야 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다. 성벽 재건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헌신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공동체 안의 약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이 내부 문제는 외부의 조롱과 위협보다 훨씬 파괴적이었다. 공동체의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튼튼한 성벽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백성들이 “우리가 당한 억울함을 해결해 달라”고 울부짖을 때, 이것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신앙 공동체의 본질적 균열을 보여주는 절규였다.
느헤미야는 백성들의 호소를 듣고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그는 즉흥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충분히 생각하며 상황을 분별한 후, 지도자들과 고리대금 업자들을 단호하게 꾸짖었다. 분노와 절제의 균형을 이루는 리더십은 공동체 위기 앞에서 무엇이 먼저인지 질문하게 한다.
그는 “형제에게 이자놀이를 하는 것이 옳으냐”라고 정면으로 질책하며, 내부에서 벌어진 부정의 문제를 가려내고 공동체의 근본 회복을 요청했다. 성벽은 돌로 쌓지만, 공동체는 정의로 세워진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느헤미야는 백성의 고충을 단순히 위로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문제의 뿌리를 뽑아내기 위해 ‘빚 탕감’과 ‘토지 반환’을 요청했고, 지도자들은 맹세를 통해 이에 동의했다. 단순한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 결정이었다.
이 장면은 공동체의 회복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적인 행동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느헤미야는 “행한 것을 하나님이 기억하시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백성들의 삶을 되돌리는 일을 하나님 앞에서의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느헤미야는 총독으로서 받을 수 있는 세금을 요구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자원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했다. 그는 권력의 자리를 특권이 아닌 섬김의 기회로 여겼다. 이러한 지도자의 모범적 삶이 공동체 전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토대가 됐다.
느헤미야 5장은 성벽보다 공동체가 먼저 회복돼야 한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신앙 공동체는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구성원의 삶과 관계, 그리고 서로에 대한 책임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공동체의 위기는 외부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무관심과 불의에서 시작된다.
느헤미야는 외적 재건보다 내적 회복이 더 급한 문제임을 보여줬다. 성벽보다 백성의 삶을 먼저 살피는 그의 리더십은 오늘의 공동체에도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공동체는 약자의 울부짖음에 응답하고 있는가? 구조적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가? 권력을 섬김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느헤미야 5장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공동체는 정의 위에 세워진 공동체임을 다시 기억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