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외눈박이
김부장의 아들 수겸이가 아빠에게 한 말입니다.
“아들이 아빠를 무슨 눈으로 보고 있는지 안 무서우세요?”
아들의 시선조차도 알아채지 못하는, 아니 궁금한 적이 없었던 김부장입니다.
그러니 그가 상사나 부하직원들의 눈초리와 평판인들 제대로 수용했을까 싶습니다.
김부장은 아들의 진로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재수와 인턴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중식당 예약을 잘못한 것을 착각하고 진상짓을 하고서도 많이 팔아준 단골이라는 이유로 사과를 거부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내의 의견까지도 사사건건 부정적인 토를 답니다.
게다가 팀원들의 의견과 고충은 남몰라라 하며 목표와 자기주장만 관철합니다.
김부장에게는 자기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겸양과 배려, 역지사지하는 성숙한 품성이 메말라버렸습니다.
비단 김부장만 그럴까요. 결코 아닙니다.
직급의 높낮이를 떠나 우리는 모두 김부장을 닮았습니다.
그가 처음부터 결격 인간이었을 리가 없습니다.
그는 회사에 매몰될수록 자기도 모르게 한쪽 눈을 잃어버린 외눈박이가 된 것이 아닐까요?
따라서 직장인은 일의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만큼 인간의 품성을 향상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를 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미성숙과 일방적인 관계에서 온전한 것이 나올 리 없기 때문입니다.
#4. 일의 본질
“야! 인마. 넌 이제까지 일을 한 게 아니야. 그저 일한다는 기분만 낸 거지”
백정태 상무가 김부장에게 한 말입니다.
진짜 일을 하는 것과 일하는 흉내를 내는 차이는 무엇일까요?
저는 처음에는 소위 페이퍼 웍(paper work)을 하고, 보고서 마사지하는 것이 일하는 흉내내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일의 본질은 ‘성과-성장’, ‘조직-인간’의 조화에 있습니다.
하지만 김부장은 성과와 조직만 추구하더군요. 그런 면에서는 도부장이나 백상무도 똑같은 부류의 사람입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김부장이 하는 일에는 팀원들과 조직, 그리고 고객의 성장은 뒷전이거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습니다.
일은 상대방 몫을 더 많이 빼앗아야 내가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일의 본질은 회사와 직원, 고객이 모두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직장은 자아실현의 현장이 라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조직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직장인들이 ‘일의 본질’을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의 본질마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일하는 기계나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괴물로 변하는 것을 막아줄 테니까요.
#5. 뼈 때리는 질문 하나
이 드라마는 중년이면 꼭 맞닥트릴 수밖에 없는 원초적 질문 하나를 던져줍니다.
극중 김부장의 모습에서도 엿보이지만, 드라마의 원작자인 송희구 작가는 그 질문을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어떤 회사에 무슨 부서에 무슨 직급 누구, 이게 만약에 없어지면 나는 과연 누구인가?”
쉽게 말하자면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직장이 나의 전부인 사람에게는 직장이 없어지는 순간 나도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중도 퇴직자들은 회사를 원망하거나 분노하게 되고, 심지어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막다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장이 있을 때, 특히 직장에서 잘 나갈 때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의문이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굳이 내가 누구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나를 괜찮게 알아봐 주니까요.
직장내 인간관계는 퇴직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직장에서 형성된 인간관계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제 경험치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그 위대한 ‘김부장’은 퇴직 후 1년이면 물에 젖은 신문지 뭉치 같은 처량한 신세가 됩니다.
게다가 ‘김부장’의 자부심은 ‘이젠 불러주는 사람도 없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패배감으로 바뀌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므로 하루빨리 ‘인정받고 싶은 김부장’에서 ‘자기다운 삶을 찾고 싶은 김 아무개’로 삶이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정년이 연장되니까 이러한 인생 질문을 더 미루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정년이 연장되는 만큼 당신의 기대수명도 늘어난다고요.
결국 당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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